종북 논란에 ‘신매카시즘’으로 정면 대응했던 이해찬 의원이 민주통합당 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색깔론 공방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여야는 색깔론을 적극 활용, 자신들의 우군 ‘집토끼’를 결집시키려는 태세다. 법정시한을 넘긴 국회 원구성은 일단 뒤로 밀렸다. 이에 따라 당초 20일께 열릴 것으로 예측됐던 국회 개원은 그 시기조차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1일 “이 문제(색깔론)는 정치 공학적으로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며 “차츰차츰 밝혀질 것이다. 실체가 없는데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색깔론’ 공세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지나친 색깔론이 중도층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당 내 일각의 우려에 대한 반박이자, “간첩ㆍ종북 출신이 국회의원이 되려 한다”는 지난주 발언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색깔론을 이용한 ‘집토끼 결집’은 야당에서도 현실화했다. 이해찬 대표는 당선 직후 “종북주의가 너무 과도하게 됐다. 나까지 끌어들여 명분을 잃었다”며 색깔론 공세가 막판 반전의 계기였다고 밝혔다.

색깔론의 진앙지 통합진보당과의 연대에도 적극적이다. 이 대표는 통진당 의원 제명안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히며 “정권 교체는 이를 염원하는 모든 국민의 마음을 담아내야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지지하는 마음을 얻어 와야 한다”고 말했다. 친야 성향 유권자들에게는 종북 논란이 큰 변수가 아니라는 강조다.

정치권에서는 색깔론을 활용한 우군 다지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초반 대선 경쟁에서 각각 20~30%로 추산되는 전통적인 지지세력, 즉 집토끼를 잡아두는데 ‘색깔론’만큼 확실한 게 없기 때문이다.

색깔론 공방은 원 구성 협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법정 개원 시한을 넘긴 여ㆍ야는 ‘이석기-김재연 의원 재명안’을 포함한 개원 쟁점에 대해 전혀 양보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중 플레이 하는 것 같다”, “원 구성을 빌미로 전리품을 얻으려 한다”며 서로의 협상 태도에 대한 비난에만 열을 올릴 뿐이다.

그러나 색깔론을 이용한 집토끼 잡기가 중도 성향 유권자, 즉 산토끼를 놓치는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의 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흠결이 있는 진보가 물러나면, 건전한 진보를 건너편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수권 보수정당의 책임”이라며 “이것을 잊고 있는 사람들이 요즘 많은 듯 하다”고 일방적인 색깔론 공세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색깔론에 대한 선명성 투쟁을 앞세운 대표를 맞이한 야권 일각에서도 “감정에 치우쳐 말려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걱정 섞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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