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17클럽’ 총대멘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지성 삼성전자 DMC(세트) 부문장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으로 옮기면서 권오현 DS(부품) 부문장이 삼성전자의 최전방에 서게 됐다. 삼성 반도체의 주역으로 꼽히는 권 부회장이 부품과 제품까지 모두 챙기는 선봉장이 된 것이다. 권 부회장은 우선 자신의 전문 분야인 반도체 부문부터 날카롭게 칼날을 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90년대 초반 64M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해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 일본을 제치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또 2000년 초반 시스템LSI 개발실장을 맡으면서 주력 품목을 키웠고, 덕분에 스마트폰의 CPU라 불리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1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는 아직 CPU의 강자 인텔을 넘어서진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의 점유율은 15.6%인 반면, 삼성전자는 9.2%로 여전히 한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3배가량의 점유율 신장을 기록했지만, 모든 분야 1등을 추구하는 삼성전자로선 인텔을 꺾는 것이 권 부회장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여기에 모바일 시장을 주도해가는 삼성전자로선 퀄컴과의 칩 경쟁도 피할 수 없는 대결이다. 이에 경기도 화성에 7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을 신설하는 등 반도체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기존 DS 부문장으로서의 권 부회장의 역할이었다면, 앞으로는 가전ㆍIT 제품들도 직접 챙겨야 한다. 제품 경쟁은 물론 특허소송까지 물려 있는 애플과 진검승부를 펼쳐야 하고, ‘갤럭시S 3’ 이후 차세대 플래그십 모델 준비도 소홀할 수 없다.
공석이 된 세트 부문을 맡을 윤부근ㆍ신종균 투톱 사장들과의 호흡도 중요하다. 특히 가전 부문에서 국내외로 LG전자, 월풀과의 경쟁이 지속되고 있고, PCㆍ카메라 부문은 스마트폰만큼의 이익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라 이를 개선하라는 주문도 떨어진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60조원 매출에 16조원 영업익을 거두며 ‘160-16 클럽’ 반열에 올랐다. 권오현ㆍ최지성 라인이 어시스트와 골을 합작하며 거둔 성과다. 이제 권 부회장이 원톱에 나서면서 ‘170-17 클럽’ 달성을 위한 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정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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