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백지영, 흐느끼는 발라드의 수명은?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백지영은 댄스곡과 발라드 둘 다 소화가 가능한 가수다. 1999년 데뷔 당시는 발라드 곡으로 데뷔하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리키 마틴이 일으킨 전 세계의 라틴 열풍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공교롭게도 데뷔 음반에는 ‘선택’이라는 라틴곡이 있었다. 백지영은 ‘몸치’에 ‘막대기’였지만 춤을 춰야 했다. 급하게 댄스교사 홍영주를 찾아가 속성 춤 과외를 받고 정열의 ‘살사 여인’으로 변모했다.

그녀의 데뷔앨범은 리키 마틴과 함께 폭발한 전 세계의 라틴열풍과 거의 같은 시기에 나왔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선택’을 시작으로 ‘부담’ ‘대시’ ‘새드 살사’ 등 현란한 라틴리듬에 맞춘 그녀의 육감적인 율동에 허스키한 목소리가 더해져 애잔함과 흥겨움과 에로틱한 느낌을 선사했다. ‘댄싱퀸’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그러다 2000년 말 백지영에게 더 이상 언급하기도 싫은 일생일대의 사건이 터졌다. 그래서 댄스곡을 부를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2006년 박근태가 작곡한 발라드곡 ‘사랑 안해’로 완벽하게 재기에 성공할 때까지 댄스곡을 안 불렀던 건 아니다.

2003년 4집 ‘미소’에서 라틴 댄스 리듬을 담은 음악을 내놨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 당시 골반춤을 추며 노래하는 백지영을 본다는 건 안쓰러운 일이기도 했다. 입술을 깨물고 악바리처럼 연습했을 모습을 연상하면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뜰 수는 없는 일. 백지영이 2006년 5집 타이틀곡이자 발라드곡 ‘사랑 안해’로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동정어린 시선이 아니라 상처받은 여심(女心)을 표현한 그녀의 감성이 대중의 정서를 확실하게 건드려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다시 댄스곡 ‘굿보이(Good Boy)’로 돌아왔다. ‘굿보이’는 한두 번 들어서는 감이 잘 오고 계속 들으면 중독성이 조금씩 생긴다. 3년 전인 클럽이나 파티에 어울리는 ‘내 귀에 캔디’라는 댄스곡이 히트했지만 이건 발라드 가수의 다양성 품목 중 하나에 불과했다. 백지영은 2008년 발라드곡 ‘총 맞은 것처럼’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드라마 ‘아이리스’의 수록곡 ‘잊지말아요’와 시크릿가든 ‘그 여자’ 등 백지영이 불러 크게 히트한 OST곡들은 죄다 발라드곡이었다.

그런데 백지영은 댄스곡으로 컴백한 이유에 대해 ‘고쇼’에서 “지난번 발라드곡 ‘보통’은 공개 열애 사실이 알려진 직후라 애절하게 불러도 잘 안 먹혔다. 그래서 보통밖에 못했다”고 털어놨다. 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는 “발라드를 하게 되면 나이가 있어 처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무리인 줄 알면서도 댄스를 했다”면서 “나이가 더 들면 또 발라드를 하겠지만 체력이 되는 한 춤추면서 노래하는 게 좋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자의 견해는 백지영과 조금 다르다. 백지영의 8집 정규 앨범 ‘보통’ 활동을 4주밖에 못하고, 소위 ‘망한 앨범’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본다. 백지영의 발라드는 호소력이 있고 드라마에서는 남녀주인공의 멜로적 상황을 더욱 애절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지만 시종 흐느끼는 듯한 그녀의 창법이 이젠 조금 진부하게 느껴진다. 백지영은 ‘나가수’에서도 나훈아의 ‘무시로’는 새롭게 재해석했지만 너무 흐느낀다는 반응이 많았다. 열애설이 알려진다고 그 대상자가 부른 애절한 발라드가 안통하는 건 아니다.

‘사랑 안해’는 백지영 발라드 열풍의 시발점이 됐지만 2007년에도 ‘사랑 하나면 돼’라는 노래로 ‘사랑 안해’와 유사한 방식을 써먹었다. 백지영의 애원하는 듯이 흐느끼는 발라드 방식은 급속도로 소비됐다. 누구든지 한 가지 방식을 계속 보여주면 싫증을 느끼게 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백지영도 예외가 아니다.

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