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단독} 서도호,美 샌디에고대학 옥상에 ‘별똥별’설치
{헤럴드경제= 이영란 선임기자} 미국 대학 내 7층짜리 건물에 낯선 주택 한채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렸다. 이 주택은 옥상에 대롱대롱 매달려 거친 바람만 불면 꼭 떨어질 듯하다. 도대체 어떤 건물이길래 저렇게 매달려 있는 걸까?

이 건물은 뉴욕, 런던,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아티스트 서도호(DO HO SUH)의 근작 설치작품 ‘Fallen Star’(별똥별)이다. 지난 6월 3일 서울 한남동의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대규모 개인전 ‘집 속의 집’(HOME WITHIN HOME)을 성황리에 마친 서도호 작가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고 캠퍼스(UC San Diego)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건물 옥상에 대롱대롱 매달린 ‘별똥별’은 사람들의 눈을 확 사로잡는 작업이다. UCSD 캠퍼스에 설치하기 위해 특별히 기획돼 장소특정적인 이 작품은 캠퍼스 중심지역의 한 건물 옥상에 설치됐다. 즉 공대 1빌딩(제이콥스 홀) 7층 옥상 모서리에, 집의 한쪽 끝부분만 고정된 채 설치된 것.

서도호 작가가 이번 프로젝트를 하게 된 것은 UCSD의 미술품 컬렉션으로, 미국 내에서 명망이 높은 ‘스튜어트 컬렉션’의 18번째 작품으로 ‘별똥별’이 선정됐기 때문. 

스튜어트 컬렉션은 1200에이커에 달하는 UCSD의 너른 옥외공간에 예술가들의 작품 설치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획기적인 컬렉션을 위해 UCSD측은 캠퍼스 전체와 건물 전체를 작품 부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작가 테리 알렌, 마이클 애셔, 존 발데서리, 니키 드 생 팔, 재키 페라라, 이언 해밀튼 핀레이, 리처드 플라이쉬너, 팀 호킨슨, 제니 홀처, 로버트 어윈, 바바라 크루거, 엘리자베스 머레이, 브루스 나우먼, 백남준, 알렉시스 스미스, 키키 스미스, 그리고 윌리엄 웨그먼이 스튜어트 컬렉션에 참여했다. 그리고 서도호가 18번째 작가로 선정돼 작품을 설치한 것.

지난해 가을부터 UCSD 캠퍼스에서 지어지기 시작한 ‘별똥별’은 작년 11월 15일, 거대한 기중기에 의해 지상 100피트 높이로 들어올려져 공대1빌딩 옥상에 비스듬히 설치됐다.

작가는 건물이 올려지자 실내에 가구와 집기를 설치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또 집에 딸린 정원도 꾸몄다. 정원에는 자두나무, 등나무, 토마토 등이 자라고 있다. 모두 미국 동부를 상징하는 나무및 채소들이다. 작가는 동부에서 가져온 나무들이 잘 자랄지, 아니면 서부의 자연환경에 적응못해 중간에 시름시름 앓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이번 프로젝트의 한 부분이라고 했다. 밤에는 TV 화면에서 퍼져나오는 불빛이 바깥으로 어른거리기도 하며, 때때로 굴뚝에서 수증기나 연기가 피어 오르기도 한다.

‘오즈의 마법사’를 연상케 하는 이번 작품 ‘별똥별’은 미국 동부의 캔자스로부터 회오리 바람을 타고 날아온 집처럼 보일 수 있다. 생물학에 심취해 있는 누군가에겐 더 큰 숙주의 내부에 공생하는 작고 푸른 생명체로 보일 수도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이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됐으면 좋겠다. 특히 학생들과 교감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별똥별’ 작업은 서도호 스스로도 완성될 것이라 장담하지 못했던 프로젝트다. 완성 여부에 대해 작가 또한 반신반의했던 것. 여러모로 쉽지 않은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서도호는 당초 UCSD 스튜어트 컬렉션에 작품 ‘별똥별’의 기획서를 제출했을 때 “이것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오두막처럼 생긴 작은 주택이 현대식 대학 건물에 박혀, 그것도 7층 높이 공중에 영구적으로 설치보존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프로젝트는 실현됐다. 처음 아이디어를 구상한 스케치에서부터 7년이 지난 후, ‘별똥별’은 UCSD의 학생 등 관객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별똥별’은 오는 6월 7일(현지시각)부터 공개된다. 오프닝 날 서도호는 관람객과 ‘작가와 함께하는 이벤트’를 오후 1~ 5시에 연다.

‘별똥별’의 집 안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7층 빌딩 옥상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으니 관객 중에는 두려움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이도 적지않을 듯하다. 주택 내부에 달린 창문을 통해 관람객은 캠퍼스를 둘러싼 소나무 군락의 장관을 굽어볼 수 있다. 그러나 실내 중앙에 똑바로 매달린 샹들리에를 제외하곤, 집안 내부 및 가재도구가 중력의 법칙으로 인해 모두 기울여져 있다. ‘별똥별’의 내부 바닥은 공대 1빌딩 옥상의 지면으로부터 5도, 집 자체는 10도 기울여져 있다.
임시주택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별똥별’은 시속 100마하의 바람도 견딜 수 있다. 또 캘리포니아주(洲)의 지진 건축법규도 따르고 있다. 일반적인 건축물의 기초구조가 4인치 두께인데 비해, 이 작품은 18인치이다. 그만큼 단단하게 지어진 것이다. 하지만 옥상 끝자락에 매달린 주택에 들어선 관객들은 머잖아 건물이 ‘쿵’하고 바닥으로 떨어질 것같은 공포에 빠질 수도 있다. 더러 건물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나 멀미를 호소하는 이도 나올 듯 싶다. 한마디로 혼란과 어지러움을 불러오는 집인 셈이다.

그러나 집의 내부는 매우 포근하고 안락하다. 25㎥(7.6평) 면적의 이 집은 미국 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의 작은 주택을 ¾크기로 재현한 것이다. 가구들은 약간 낡았지만 모두 포근하다. 가족사진과 책, 관광지 기념품이 눈에 들어오고, 커피 탁자 위에는 열쇠, 휴대폰, 리모콘 등 누구나의 집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놓여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서도호는 1991년 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에서 공부하기 위해 처음 미국 땅을 밟았을 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낯 설고, 물 선 환경에 적응해야만 하는 두려움이 몰려왔던 것이다. 그 느낌은 오래오래 작가를 휘감았고, 그리고 마침내 이번 프로젝트에도 반영됐다.

스튜어트 컬렉션의 디렉터인 메리 비비는 “서도호의 ‘별똥별’은 이동과 전치의 개념, 그리고 ‘집’의 개념을 탐구한다. 이러한 작가의 개념은 처음으로 집을 떠나 먼 곳에 공부하러 온 다수의 학생들에게 유효할 것”이라고 했다. 서도호가 UCSD에 설치한 ‘집’은 우리가 떠나온 곳은 어디이며,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를 함께 성찰해보게 한다.

‘별똥별’은 스튜어트 컬렉션이 모금한 개인 기부금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또 미국국립예술진흥기금으로부터 9만 달러의 지원도 받았다. 어쩌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작가의 아이디어와 개념을 가능케 했던 것은 프로젝트팀을 비롯해, 건축 설계팀 (Hodges and Hodges), 조경 디자인팀 (Spurlock Poirer), 구조 공학팀(Walsh), 그리고 시공팀 (Pacific Southwest)의 협력과 땀흘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밝혔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이 작품과 관련된 재밌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첫째 ‘별똥별’의 무게는 7만파운드에 이른다. 이 무거운 작품을 옥상에 올리기 위해 미국에서 가장 큰 크레인이 사용됐다. 둘째 벽난로 위 선반에 놓인 사진 속 아기는 UCSD의 총장이다. 집에 장식된 다른 사진들은 ‘별똥별’의 후원자, 그리고 이 작품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가족 사진이다. 세째로 소형 흔들의자는 스튜어트 컬렉션의 디렉터, 메리 비비의 가족 유산이다. 이 의자는 오래 전 미국 동부 해안 지역에서부터 긴 여정을 시작했다. 네째로 인간 관객만이 이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나 벌, 풀벌레도 언제든 정원을 찾아들 수 있다고 작가는 귀뜸했다.

오프닝 이후 ‘별똥별’은 사전예약을 통해 정해진 시간만 일반 관람이 가능하다. 사전 예약은 유선전화 +1-858-534-2117, 또는 스튜어트 컬렉션의 웹사이트(http://stuartcollection.ucsd.edu/ )에서 가능하다. 사진제공=서도호 <기사 및 사진 무단전재 금지>

/yr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