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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터진’ 이범수의 원맨쇼에 ‘흥선대원군’도 새로워진다!
퓨전사극의 장점중에 하나가 역사적 사실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주말밤 화제를 낳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 ‘닥터진’ 역시 마찬가지다. 드라마속 흥선대원군 또한 이같은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연재된 일본의 만화가 무라카미 모토카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980년대 조선말기를 배경으로 2012년 대한민국 최고의 외과의사 진혁(송승헌)이 시공을 초월, 당시로 건너가 펼치는 모험과 사랑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판타지 메디컬 드라마다.

당연히 역사적 사실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와 해석들이 등장한다. 역사적 사실에 재미를 더해 넣음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는 퓨전사극의 장점을 여실히 입증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현대의학속 말이 안되는 도구(?)들로 수술에 성공한다는 등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들이다. 그래도 재미가 있다. 분명히 픽션인지 알지만 그래도 주인공의 다양한 활약이 재밋고, 그로 인한 향후 전개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여기서 꼭 주장하고 싶은 것은 사극은 기존에 알려진 다양한 사실들을 작가의 새로운 시점으로 풀어낼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는 써내려간 사람들의 관점에서 재단되고 해석되는 것이다. 만약 흥선대원군의 생각대로 조선이 개혁되고 발전했더라면 또 다른 역사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같은 다양한 해석과 가능성이 퓨전사극의 강정이자, 재미다. 

역사속 이하응은 쇄국정책을 펴서 조선의 근대화를 늦춘 사람으로 소개돼 있다. 그래서 일본을 끌어들인 민비와 대척점에 서서 조선을 어려움으로 몰고 간 인물로 묘사돼 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그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다. 그가 그렇게 할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혀주고, 그가 그 당시 최선을 다했던 점을 다시금 조명해줌으로써 흥선대원군은 지금 이시점에서 새롭게 자리매김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그가 정권을 잡기 이전 신분을 감추기 위해 남루한 차림새로, 스스로를 ‘개의 아들’이라 칭했지만 누구보다도 조선을 아낀, 조선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인물로 보고 있다. 그가 이렇게 파락호 행세를 하는 까닭은 왕의 종친들의 씨를 모조리 말려 버리려는 안동 김씨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방책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도 치열한 지략가였고, 정치가였다. 그는 끝내 안동김씨의 세도정치를 종식시켰다.
비록 역사 속 이하응이 펼친 쇄국 정책은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지연시켰다고 하지만 또 다른 역사학자들은 그는 누구보다 조선시대 왕권 회복을 위해 노력했고, 또 새로운 조선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라고 말한다.

흥선대원군은 당시 서재필을 앞세운 신사유람단을 일본으로 보내, 신문물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일본을 끌어들려 급격한 개방을 주도하려다 끝내 그들의 칼끝에 스러져간 명성황후보다는 점진적인 개방을 원했다. 당시 청나라가 이같은 점진적인 개방의 적임자라고 생각했던 정치가였다. 따라서 그를 무조건적인 쇄국정책자로만 폄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닥터진’ 역시 현대의 최고 외과의사의 눈을 통해서 당시를 다시 조명함으로써 ‘퓨전사극’이라는 강점을 이용해, 은연중 역사적 진실에 가까워질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닥터진’에서도 흥선대원군 이하응은 겉보기엔 매일 술이나 마시고 계집이나 밝히는 호색한에다 거지처럼 구걸이나 하고 다니는 시정잡배로 표사되지만 그속엔 엄청난 야심을 품고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후 이하응은 새로운 조선 건설을 위해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진다. 그리고 그 뒤에 미래에서 날아온 외과의사 진혁이 있었다는 색다른 논리로 당시의 흥선대원군를 새롭게 조명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을 완벽히 표현해내고 있는 배우 이범수다. 그가 있어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올해로 데뷔 22년 차를 맞은 연기파 배우 이범수는 평소 책으로만 읽었던 이하응을 완벽히 표현한데 이어 ‘새로운 이하응’을 만들어가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비록 이하응은 이 이야기의 중심부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는 인물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동안 굴절된 흥선대원군에 대한 새로운 조명만으로도 이 드라마의 존재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닥터 진’의 새로운 역사적 해석작업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황용희 이슈팀기자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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