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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수 기자의 상수동 이야기 1>‘Why 상수동?’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개인사로부터 말문을 열어야 할 것 같다.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상수동’의 존재는 어린 시절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마포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탓에 동네 유선방송이나 전단이나, 수많은 동 이름 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이름 ‘상수동’. 평범한 초등학생의 행동 반경 그 이상을 벗어나 본 적 없는 탓에 상수동까지 가볼 엄두는 감히 내보질 못했다. 그래도 무척이나 궁금했다. 나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동네…. 게다가 같은 마포구하늘 아래 있다는 묘한 소속감까지.

여기에 20대 끝 무렵 또 하나의 인연이 추가된다. 지금의 반려자, 당시의 여자친구를 상수동에서 만난다. 그녀가 거주하던 동네, 그녀를 만나고자 상수역에 내리고, 그녀의 집앞에는 상수슈퍼가 있고 그 옆에는 상수상회가 있었다. 연애 초기, 때때로 서먹한 침묵이 흐를 때마다 ‘상수’는 꽤나 유쾌한 얘깃거리가 됐다. ‘상수’가 가득한 동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지 아니한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세번째 인연이 찾아온다. 북아현동을 떠나 신혼집 새 둥지를 상수동에 마련했다. 솔직히 따지자면 행정구역상으론 합정동에 속하지만, ‘문화 구역’ 상으론 별 무리없이 상수동에 포함될 수 있다. 최소한 2년은 합법적으로 이곳에 거주할 수 있으니, 어린시절부터 연애시절, 그리고 현재까지 상수동과의 인연은 이렇게 절정을 향해가고 있다. 



상수동을 굳이 화두로 잡은 건 이처럼 기이하다시피한 인연 때문만은 아니다. 상수동을 누비다보면 마치 탐험가가 된 듯한 쾌감을 느낀다. 어린 시절 기자가 자랐던 달동네, 낯선 골목길로 첫발을 내딛던 설렘, 긴장감에 중독돼 틈 날 때마다 ‘골목길 탐험’을 떠났던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만큼 상수동은 알수록 끝이 없다. 골목길마다 독특한 식당, 카페, 놀이공간이 끊이질 않는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숨 가쁜 트랜드 만큼 가게의 평균 수명도 그리 긴 편이 아니다. 친숙한 주인을 떠나보내는 건 슬픈 일이지만, 새로운 가게를 기다리는 건 또 설렌 일이다. 아기자기한 즐거움이 가득한 곳, 이곳이 상수동이다.

30대 초반이란 기자의 나이는 상수동에 최적화된 나이라 감히 말해본다. 주민 경력으로는 6개월 남짓, 반(半) 주민과 다름없던 연애 기간까지 더하면 2년 가까이 상수동에서 비벼대며 내린 결론이다. 이대에 이어 신촌까지 고등학생이 늘기 시작해 어느덧 고등학생 물결이 터줏대감 대학생을 밀어내는 듯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밀려난 20대의 다음 정착지는 홍대. 홍대입구역을 중심으로 홍대 정문 인근까지 이어지는 젊음의 행진은 매주 금요일 밤이면 절정을 이룬다.

그럼 30대는? 홍대의 메인은 이미 20대 점령군이 차지했고, ‘캔디’, ‘폼생폼사’가 흐르는 ‘밤과 음악사이’에서 ‘HOT 세대’의 향수에 빠져보는 게 그나마 남은 위안이다.

홍대에서까지 비주류로 치부되는 30대의 다음 정착지는 상수동이다. 상수동에는 좀처럼 대형 카페나 대형 음식점 등을 찾기 힘들다. 대량생산의 포드시스템(Ford system)이 아니니 규모가 작은 대신 가격도 만만치 않다. 20대의 발걸음을 가로막는(?) 나름의 가격 장벽이 있는 셈이다.

구구절절 말이 길지만, 간단히 말해 상수동을 알리고 싶다는 게 이 글의 요지다. 고즈넉하면서도 세련되게 데이트하고 싶은 이들, 기념일을 챙기고 싶은 신혼부부들, 이어폰과 책 한 권으로 나만의 오후를 보내고 싶다는 싱글족들, 그런 사람들에게 상수동의 매력을 전해주고 싶은 게 이렇게 장문을 늘어놓는 이유이다.

혹자는 싫어할지 모르겠다. 나만 알고 나만 갖고 있는 명음반 같은 것. 사람이 북적될수록 상수동의 매력은 사라진다는 것. 상수동이 알려지길 싫어하는 마음. 그래도 아깝지 아니한가. 봄이면 벚꽃이 만개하고 여름이면 파리 샹젤리제 거리 같은 자유로움이 퍼지는 곳. 더 많은 이들이 상수동의 매력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래도 이름까지 내건 마당에 내 맘대로만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기자는 대단한 미식가는 전혀 아니고, 문화적인 안목이 탁월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몇 가지 기준을 정했다. 1. 1%가 아닌 99%의 눈으로 보자. 지극한 평범한 중산층, 그 눈높이로 보자. 복잡하지만 그냥 지금 기자의 입장 그대로 보면 된다. 2. 합리적인 주관성을 담보하자. 음식이 맛없다면? 분위기가 별로라면? 쓰지 않겠다. 3. 인터뷰는 필수. 그래도 기자인데 기존 수많은 블로그 등과 차별화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주인을 만나 최소한 ‘당신에게 상수동은?’ 정도의 질문에 답을 얻어볼 심산이다. 소비자뿐 아니라 창업 준비자에게도 일말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말이 길어졌다. 수많은 정보화 시대, 다 필요 없고 가장 중요한 건 콘텐츠인데, 아무런 내용 없이 소개로만 이렇게 장문의 글을 남겼다. 기사와 블로그, 딱 그 중간을 목표로 취재에 돌입하겠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만한 내용은 없을터이니 큰 관심은 금물이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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