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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청률 6개월째 0%대 ‘게걸음’…시청자는 냉혹했다
종편 출범 6개월 성과 살펴보니…
프로그램 빈약·외주제작 의존
이용자 외면에 애물단지 전락

경쟁밀린 대기업 PP원성 자자
차기정권따라 채널제한 가능성

“수요자 매스미디어 이탈 가속
과거 비즈니스 모델은 필패”


현 정부 들어 미디어분야 최대 공적으로 꼽히는 종합편성 채널이 출범 6개월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부실심사 의혹, 시청률 0%대의 부진, 외주제작사와의 불공정 거래 등 지난해 12월 1일 출범 이래 6개월 된 1일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혜 시비를 가리려는 목소리는 오히려 더 거세졌다.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 보수색깔 신문 4곳에게 무리하게 방송사업권을 얹어준 결과다.

▶시청률 여전한 0%대, 시청자는 외면= 지난 6개월 동안 JTBC, 채널A, MBN, TV조선 등 종편 4사의 시청률은 0%대를 완전히 굳혔다. 1일 시청률 조사전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채널 4곳의 주간 평균시청률은 방송 출범 첫째 주인 12월 첫 주 0.433%에서 5월 마지막 주 0.564%로, 지난 6개월 동안 0.3~0.5%대에서 오르내렸다.

지상파 채널 번호 직후 사실상 연번제로 15~20번까지 좋은 번호를 부여받고도 0%대 시청률 결과가 나온 것은, 볼 만한 프로그램이 적었기 때문. 지상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드라마,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예능, 한물 간 미국 드라마 등이 시청자를 등돌리게 했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박사는 지난 25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주최한 ‘종편의 미래’ 세미나에서 “시청자의 습관적 소비는 위력적”이라며 “종편의 미래는 정책보다 이용자 선택에 달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시청자의 채널 이용 경험이 유의미하게 쌓이려면, 최소 3년간 지속적인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게 유료방송의 경영 정석이지만, 4사는 개국 5개월 만인 지난달 대대적인 인력조정 및 투자 감축 등 보수경영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TV조선은 일부 시사교양 부문 자체제작물을 제외하고, 드라마ㆍ예능 투자를 중단하고 외국방송물 수입을 늘리기로 했다. 채널A 역시 대형 투자는 줄이고 시사교양 프로그램 위주로 편성키로 했으며, MBN도 경제전문 편성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덕재 CJ E&M 방송사업부문 국장은 “종편이 처음엔 엄청난 자신감과 기대를 갖고 출발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충격에 빠져 지금은 현실을 인정하고 다시 방향을 잡아가는 중이다. 시청자 채널 이동은 ‘에베레스트산 넘기’와 같다. 시청자가 기억해 고정적으로 보는 채널도 7개 이내여서 단편적인 투자나 일부 드라마의 히트만으로 시청자를 붙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종편 버티기 전략의 결말은?= 종편 4사가 ‘버티기 전략’으로 선회한 뒤의 결과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채널을 송출하는 케이블TV(SO)나 위성TV는 시청자가 외면하는 채널을 좋은 번호대에서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다. 이로 인해 연말 SO와 채널계약 시즌에 방송주무기관이나 정치권의 SO 대상 외압이 재현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 SO 관계자는 “종편 때문에 인기있는 대기업 계열 PP(방송채널), 지상파 계열 PP들이 뒤로 밀려서 원성이 자자했다. 종편의 프로그램과 채널 질이 하락하면 채널번호를 변경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연말 대선 결과에 따라 방송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주목된다. 종편에 호의적이지 않은 정권이 출범할 경우 종편채널 수나 의무재전송 채널 수를 줄이는 방향의 법령 개선작업이 이어질 수 있다.

김달진 언론학 박사는 “방송 광고시장과 방송 운용은 신문과 엄연히 다른데 이를 알지 못한 채 뛰어든 결과다. 콘텐츠 수요자가 매스미디어를 떠나는 시대에서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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