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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형사’ 강지환, 몸무게가 늘수록 연기의 군살이 빠지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군살없이 탄력과 근육으로 근사했던 몸매가 뱃살이 두둑하고 턱선이 실종된 이른바 ‘D라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여남은 장의 사진으로 적나라하게 기록돼 있었다. 강지환이 평소 71~72㎏하던 몸무게를 영화 촬영을 위해 84~85㎏으로 불리는 한달여를 찍은 모습이었다. 몸무게는 늘어났지만 연기의 군살은 확 빠졌고, 뱃살과 함께 마음의 안정과 여유는 전보다 한층 더해졌다. 새로운 도전은 해볼만했고, 결과는 만족할만했다. 강지환은 ‘차형사’에서 찌웠던 뺀 살만큼이나 능수능란한 코미디연기를 보여준다. 액션과 슬랩스틱을 불사하는 연기는 때로 과장되고 때로 톤을 낮췄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몸무게를 불린 전후 사진을 직접 찍어 만든 차트로 만들고 인터뷰 장소에 세워놓은 강지환은 “인터뷰 색다르게 하고 싶어서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고 했다. 일본 팬들과 만날 때도 다른 한류스타들의 비슷비슷한 공연 내용과는 다른 새로운 형식과 스타일을 즐기는 강지환이다. 그는 ‘차형사’에 출연하면서 코믹 연기에 도전하는 원칙을 “관객들은 웃어도, 내가 먼저 웃지 말자”고 삼았다. ‘차형사’에서 그의 의도는 과녁을 잘 맞춰나간다.

“몸이 커지니까 과거에는 전혀 없던 몸짓과 행동이 나오더군요. 비주얼이 파격적이니까 더 과장된 제스처가 필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덩치를 불리니 행동이 작아지면 오히려 더 이상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죠. 살이 찌니까 나도 모르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와 연기에 도움이 됐어요. ”


제작진은 오히려 말렸다. 굳이 체중을 불리지 않아도 특수분장으로 해결하면 될 터였다. 하지만 강지환은 자청해 12~13㎏을 늘렸다. ‘차형사’는 뱃살이 타이어 두른 듯하고, 범인추적을 위해 늘 바지를 양말 속에 끼워넣던 몸매 ‘꽝’, 패션센스 ‘꽝’, 체취 진동의 열혈형사가 패션계 마약 수사를 위해 늘씬한 패션모델로 위장해 런웨이에 잠입한다는 내용의 코믹 액션 영화다. 극중 주인공 차형사는 패션 모델로의 변신을 위해 2주만에 20㎏를 감량해야하는 임무를 받는다. 강지환은 실제로 한달여 사이에 체중을 불린 뒤 다시 빼는 고된 과정을 겪었다. 영화 촬영을 병행해가며 운동과 식단조절을 해야했으니 고통은 더했지만 전작인 ‘7급공무원’보다는 슬랩스틱이 더 많은 코미디라는 사실과 원초적인 유머가 있으며 외모로도 파격적인 신선한 캐릭터에 반해 작품을 선택했다. ‘7급공무원’에서 흥행을 일군 신태라 감독에 대한 신뢰도 컸다. ‘7급 공무원’ 이후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제안을 받았고, 자신은 코미디장르는 일단 배제하고자 했지만 ‘차형사’ 시나리오가 매력적이었다.

“올해 제가 뮤지컬로 연기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 꼭 10년째가 돼요. 연내에 팬들을 초청해 작은 파티라도 열 생각입니다. 그동안 다사다난했죠. 이제 마음의 여유를 찾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작품이 안 되면 무조건 내 탓인 듯 했어요. 제가 연기가 안되서, 스타성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혼자 힘들어하는 시간이 많았죠. 여전히 시청률과 흥행에 민감할 수 밖에 없지만,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과 제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급증이 예전에 비해 많이 없어졌죠.”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뮤지컬 ‘록키호러쇼’에서 웃통을 벗고 앙상블로 춤을 추며 첫 무대를 밟았던 게 10년전이다. TV 단막극 베스트 극장의 ‘살인에 관한 기억’ 중 친구2,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휴대폰사진 속 얼굴, ‘여름의 향기’ 마지막 편 3분 출연 등 무명을 거치며 늦깎이 신고식을 녹록치 않게 치렀다. 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를 거쳐 ‘쾌도 홍길동’과 영화 ‘영화는 영화다’ ‘7급공무원’으로 서른 즈음에야 인기스타로 발돋움해 이제 일본에서도 좋아하는 팬들이 썩 많다. 새로운 한류의 주자다. 지난 1~2년 새 일본에서 팬미팅과 뮤지컬 공연(‘카페인’)을 잇따라 가졌다. “출연작 하일라이트와 NG 모음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애창곡 서너곡 부른 후에 청중들과 대화하는 형식의 한류스타 팬미팅 문화가 너무 비슷해 나는 늘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강지환의 말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고민한다. 지난 팬미팅에선 첨단의 레드 카메라를 동원해 ‘킬러’라는 단편영화를 만들어 영상과 무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도 보여줬다. 


늦깎이로 스타덤을 누리며 기세가 오를 무렵, 암울하고 힘든 시간도 겪었지만 무명 시기를 버텼던 것처럼 “연기와 흥행으로 나를 입증시키겠다”며 다짐을 거듭했다. 지난 5월 31일 만난 강지환은 세번째 영화출연작인 ‘차형사’가 기분좋은 전환점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액션이나 코미디영화에서 연기는 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아이러니컬한 것은 영화시상식에서는 항상 홀대와 차별을 받는다는 거죠. 아카데미상에서도 액션영화의 스타들이 상을 받는 경우 없잖아요? 이번 작품은 제가 어떤 작품보다 힘들여 공력을 다했던 작품인만큼, 남우주연상 ‘후보’에만에라도 오른다면 뿌듯할 것 같습니다.”

/suk@heraldcorp.com

사진=정회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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