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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정덕상> 참호전 펴는 MB, 내부오염부터 제거해야
치명적 레임덕 최측근서 시작됐는데
4년넘게 재임하고도 과거정권 탓만
조용한 마무리가 현명한 선택이지만
오염원 그냥두면 참호속 전멸 불가피


공감의 시대, 공감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시효 만료된 종북 논란이 그렇고, 저축은행 사태, 민간인 불법사찰도 마찬가지다. 출당을 피하려고 당적까지 옮기는 등 온갖 꼼수를 부리고, 끝내 19대 국회에 입성한 이석기ㆍ김재연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비례대표 당선자에게서 수구꼴통진보의 진면목을 본다. 도무지 현대의 언어로 통하지 않는 그들의 몰염치, 몰상식, 패권주의는 더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통진당 사태와 같은 빈도로, 사석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거품을 무는 게 있다. 밀항하려다 붙잡힌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거침없는 황당 인생 스토리다. 학력 위조, 신용불량자, 수천억원 고객 돈을 제 쌈짓돈으로 원하는 대로 맘대로 쓴 금융 무법자의 이야기다. 어디 김찬경뿐인가. 구속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고개 푹 숙이고 검찰에 출두한 다른 저축은행 수장들의 무법 행각도 뻔할뻔자다. 퇴출저지용으로 오간 억대 금품과 금괴 7개는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5000만원 이상의 금융거래는 다 지켜보고 있다던데, 금융감독기관도 볼 사람, 안 볼 사람, 봐도 못 본 척할 사람이 따로 있었던 모양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불공정사회를 조장한다는 죄목을 썼던 법조계는 주변 눈치라도 봤다. 이명박 정부 들어 금융감독기관들은 대놓고 퇴임 후 노후보장 재취업 자리를 봐주는 것 같다. 법조계 인사들은 “폭행범 보석 한번 부탁했다고 그게 국가적 대사냐, 거악은 바로 모피아”라고 억울해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지난해 2월,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태가 벌어져 이 대통령으로부터 “비리를 못 찾은 건지, 안 찾은 건지 모르겠다”는 질타를 받았을 땐, 금융개혁TFT를 만들어 개선하려는 시늉이라도 했다. 1년 만에 똑같은 사달이 나서 금융자산 2000조원 신용사회가 분탕질이 되고 있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다. “5000만원 이상은 예금자 책임인데 몰랐냐”하면 그만이다.

청와대 사람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 있는 민간인 불법사찰ㆍ은폐 의혹과 관련, 훅 불면 날아갈 깃털이 나서 ‘자신이 몸통’이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고액연봉에 책임은 안 져도 되는 권력이 금융 건전성이 어쩌니, 종북이 문제라고 하고 있다. 듣는 이들은 오래전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명대사를 떠올린다. “너나 잘하세요.” 국가 기강이 말이 아니다.

이쯤 되면 성질 급한, 만기친람(萬機親覽ㆍ임금이 온갖 정사를 친히 보살핌) 대통령이 나서야 하는데, 4년 넘게 재임하고도 과거 정권 탓만 한다. 대통령의 침묵은 갖가지 추측을 낳는다. ‘측근이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됐다’ ‘야권의 치명적인 약점을 잡고 12월 대선에서 활용하려 한다’는 미확인 소문이 파다하다.

최측근과 정권의 치부가 드러나면서 대통령은 참호전을 작정한 듯하다. 국민적 인기는 떨어지고,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던 검찰은 대통령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잘되면 내 탓, 안 되면 조상 탓 하듯 정치권은 MB정부 성토 일색이다. 날선 공방을 해봤자 본전도 못 건질 바에야 쏟아지는 포탄을 감내하면서 묵묵히 집권을 마무리하는 게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참호전을 벌이려면, 곳곳에 널려 있는 내부 전염병을 말끔하게 정리하는 게 전투의 기본이다. 오염원을 제거하지 않으면 참호 속에서 전멸하게 되어 있다. 동서고금을 통해 치명적인 레임덕은 내부, 특히 최측근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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