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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치 게 섯거라” 닭고기의 추격
“다이어트 큰 효과” 인기몰이
올매출 21억 1년새 81% 급증
‘식용통조림=참치’ 공식 무너져



석가탄신일이었던 지난 28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내 이마트. 참치와 닭고기 통조림 판매대 앞을 지나던 모자(母子)가 주저없이 닭가슴살 캔(3개입)을 무려 6개나 집어 들었다. “참치가 아니고 왜 닭이냐”고 묻자 “살빼는 데엔 닭”이라며 계산대로 향했다.

참치가 닭에 바짝 추격당하고 있다. 다이어트 열풍 탓이다. 절대 규모 면에선 아직 참치캔이 건재하다. 문제는 닭고기 캔이 치고 올라오는 속도가 무섭다는 것. 이런 추세라면 ‘식용 통조림=참치’라는 공식이 깨질 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참치 원어 가격이 전년 대비 30%나 올랐다. 참치캔 제조업체는 높아가는 원가부담에도 물가상승 억제라는 명분에 밀려 가격을 올리지 못해 신음 중이다. 안팎으로 참치엔 역경의 시절이다.


▶닭 매출 신장률 참치 압도=대형마트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에서 팔린 닭고기 캔의 올 1~4월 매출은 21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이 무려 81.9%에 달했다. 같은 기간 참치 캔의 신장률이 6.6%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닭고기 캔이 눈에 띄게 팔린 셈이다.

롯데마트에서도 닭고기 캔의 선전은 뚜렷했다. 지난해 4월 참치캔과 닭고기 캔의 매출을 100으로 봤을 때, 올 4월 닭고기 캔 매출은 251.3으로 껑충 뛰었다. 참치 캔이 98.5로 쪼그라든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참치나 닭가슴살이나 모두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지만 참치캔에 담긴 기름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며 “닭가슴살의 인기로 인해 새 시장이 생기면서 닭고기 캔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닭고기 캔시장은 하림이 주도했지만, 2010년 동원F&B가 닭가슴살 캔을 내놓고 사조도 이 대열에 합류하면서 올해 품목 수가 전년 대비 50%가량 확대됐다.

실제 이날 이마트에서 기자가 1시간가량 살펴본 결과, 하림의 닭가슴살 캔(135gx3ㆍ4320원)과 동원F&B(5750원), 사조(5600원)의 제품이 골고루 판매되고 있었다. 반면 닭가슴살 캔보다 다소 가격이 비싼 참치캔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뛰는 참치값…고민 깊어지는 참치캔=닭에 치이는 것도 민망하지만, 참치업계엔 말 못할 속사정 때문에 시름만 깊어간다. 참치 원어 가격이 급등해 업계가 울상짓는 것. 참치는 5월 현재 t당 2100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올 최고가격은 2170달러였다. 지난해 평균가였던 1630달러와 비교하면 30% 이상 올랐다. 원인으로는 바닷물 온도가 차가워져 어획량은 줄었는데 남미ㆍ유럽에서 수요가 늘어난 게 꼽힌다.

업계엔 이익률 감소 비상이 떨어졌다. 한 관계자는“참치값이 오른 탓에 수익성이 나빠졌다. 업계는 이익률이 2%대로 떨어지면 큰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회사도 있다”고 전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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