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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상수 감독 “‘백인공격’ 발언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인터뷰③)
(2편에 이어 계속.)
이번에도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임상수 감독의 심정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프랑스 칸의 하늘에서는 비가 쏟아졌다.

“이번에 못 탔어도 아무렇지 않아요. 이런 식으로 계속 영화를 만들면 언젠가 황금종려상을 꼭 탈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과히 즐겁지 않아도 힘내라는 건배제의는 할 수 있는 거잖아요. 하하.”

우중충한 날씨 속에서도 평소와 같은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며 느낀 점은 안도감이었다. 만약 그가 자신감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면 그에 따른 실망감은 커졌을 것이었다. 다행히도 임상수 감독은 여전했고, 그에게서 희망을 발견했다.

때마침 그에게 수상 불발에 얽힌 뒷이야기를 듣게 됐다. 임상수 감독은 앞서 5월 26일 세계 언론과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이란 극동에 조그만 나라에서 온 감독이 영화 좀 잘 찍었다고 귀엽게 보지 말라. 이제부터 백인들을 공격하는 영화를 찍을 것이다. 한국 재벌들은 이제 재미없고, 백인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폭탄선언을 한 바 있다.

당시 기자회견 장에는 국내 언론을 비롯해 수많은 외신기자들이 있었고, 그들 중 대다수가 백인이었다. 장내는 그의 발언으로 인해 술렁였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당시 부드럽게 잘 말했어야 했는데, 그런 점에서 아직 미숙했죠. 서양의 제국주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인데 이번 심사위원들이 불쾌해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전 불편하든 말든 진실을 말해야 된다는 소신이 있어요. 유럽영화제에 늘 초대받고 서양인의 기대를 충족하는 아시아 영화들을 저는 경멸하지만, 역시 그네들은 내 작품 보단 그 영화들을 사랑하는 구나 느꼈죠. 저는 진짜 칸에 가고 싶거나 황금종려상을 받고 싶지 않아요. 또 천만 관객도 원하지 않아요. 다만 저는 저의 할 말은 하고 싶단 생각인 것이죠.”

임상수 감독은 기자회견이후 태도가 돌변한 티에리 프레모(칸영화제 집행위원장)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티에리 프레모는 칸 영화제 개막 전 ‘돈의 맛’을 호평한 바 있다. 

“갈라 스크리닝 포토콜을 할 때 티에리 프레모를 만났는데, 내가 그런 거 상처 받지 않는데 그렇게 저를 반기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나를 경쟁부문에 뽑아준 것에 대해 그냥 ‘고맙다’고 말했는데, 티에리 프레모가 ‘어어’ 하면서 얼버무리더라고요. 또 모든 영화제에 가면 초청 감독들은 집행위원장과 어떤 식으로든 밥을 먹어요. 저는 어제(26일) 먹었어요. 사실 그제 점심약속 됐다가 다음날로 미뤘죠. 내 처와 함께 ‘돈의 맛’ 공식기자회견후 점심 식사하러 칸 해변가에 갔는데 티에리 프레모가 딱 10초만 인사했어요. 실은 티에리 프레모와 좀 길게 이야기할 걸 기대했는데. 심지어는 내 처를 소개할 타이밍도 없이 차게 굴더라고요. 때마침 밥 먹을 때 심사위원들이 다 오더라고요. 갈 시간이 다 돼 티에리 프레모에게 간다고 하니 아주 차갑게 가라고 하더라고요. 수상 결과가 나오니 그 모든 퍼즐이 풀린 것 같아요. 티에리 프레모가 나와 별로 친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심사위원들이 나의 영화를 잘 보지 않았다는 걸 그때 감지했어요.”

끝으로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그저 한국에서 적당한 흥행을 하려고 노력해요. 대박은 아니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서 이정도면 안정적이다 싶은 수준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죠. 그래야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잖아요.”


(칸=프랑스) 최준용 이슈팀기자/enst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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