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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상수 감독 “수상 못했다고, 갑자기 숨는 것도 이상하잖아요”(인터뷰①)
“수상 안됐다고, 갑자기 숨어버리는 것도 이상한 것 같아요.”

지난 2010년 영화 ‘하녀’에 이어 돈에 중독된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신작 ‘돈의 맛’을 통해 두 번째로 제 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임상수 감독(50)이 그토록 고대하던 상을 수상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발길을 돌렸다.

폐막식 불참이 확정된 후 임상수 감독은 칸 영화제가 열리는 앙티브 거리 한 커피숍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와인 잔을 기울였다.

“수상했으면, 기사거리도 많이 제공 했을텐데, 잘난 척만 하다가 상 못 타서 죄송합니다. 하하.”

임상수 감독은 특유의 미소와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취재진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그의 미소는 유독 씁쓸해 보였다. ‘하녀’ 때 무관에 그친 그로서는 이번 ‘돈의 맛’에 기대하는 바가 컸다. 실제로 임상수 감독은 칸에 입성한 이후 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 “칸에 오게 된 게 우리 도와주려고 동아줄이 내려온 것이다. 썩은 동아줄이 될지 튼튼한 동아줄이 될지는 토요일이 되어봐야 알 것 같다”고 공공연히 수상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그는 “이번 경쟁부문에 나를 포함해 한국영화가 2편이나 진출했다”면서 “이번에는 뭐라도 하나 가져가야지 빈손으로 갈수 없다”라고 수상에 대해 피력했다. 임상수 감독은 칸 체류기간 동안 특유의 서글서글하고 여유 넘치는 미소와 자신감이 묻어나는 목소리를 잃지 않았다.

폐막식과 갈라 스크리닝에 앞서 칸 국제영화제 프레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세계 언론과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그의 자신감은 대단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극동에 조그만 나라에서 온 감독이 영화 좀 잘 찍었다고 귀엽게 보지 말라. 이제부터 백인들을 공격하는 영화를 찍을 것이다. 한국 재벌들은 이제 재미없고, 백인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힘 있게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그의 예상과 달랐다. 갈라 스크리닝 이후 폐막날 ‘돈의 맛’은 스크린 인터내셔널로부터 경쟁 부문 22편의 작품들 중 최하점인 1.4점을 기록했다. 외신들의 혹평 또한 만만치 않았다. 특히 임상수 감독을 비롯한 ‘돈의 맛’팀은 이날 오후까지 칸 영화제 측으로부터 폐막 시상식 참여 요청을 받지 못했다.

“특별히 할 말이 있는 건 아니고..북 치고 장구 치고 혼자 올라갔다 추락한 임상수의 진솔한 대담정도로 하고 싶네요. 수상 못 했다고 어제까지 보던 사람들을 피해 숨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이렇게 먼 길 오셨는데 실망만 안겨 주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과히 즐겁지 않아도 힘내라는 건배제의는 할 수 있는 거잖아요. 하하.”

활짝 웃으며 취재진에게 건배제의를 하는 임상수 감독에게서 수상 불발에 따른 심경도 들을 수 있었다.

“폐막날 오후 한시 반쯤 칸 영화제 측에서 전화연락을 받았아요. 아쉽게도 참여요청 전화는 아니었죠. 가슴이 답답하더라고요. 해변가에 가서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스렸죠. 스트레스를 받으니 달콤한게 생각나서 아이스크림도 먹었어요. 호텔 로비로 돌아오니 윤여정 김강우 김효진 등 배우들이 마침 나오더라고요. 다들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표정을 읽지 못했지만 ‘다음에 다시 오자’라고 위로했어요. 한 명씩 다 포옹도 했고, 그 말많은 윤여정도 아무말 않고 포옹해주더라고요.”


(2편으로 이어집니다.)

(칸)프랑스 최준용 이슈팀기자/enst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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