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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기자 정인아 “건강미녀라고요? 마음은 더 건강하고 아름다워요”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200~300페이지 분량의 책 한 권이 있어요. 일도 생활도 바쁜데 책을 읽을 여유가 어디 있나 싶으시죠? 하루에 2~3장씩만 꾸준히 읽어보세요. 한달이면 책 한 권을 모두 읽을 수 있어요. 운동도 마찬가지예요. 남성 분들 하루에 50번만 팔굽혀펴기를 해보세요. 열흘이면 500번이고 100일이면 5천 번이예요. 하루에 10분만 투자하면 한 달 후에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무엇이든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결과가 나와요. 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에 걸쳐 굽이굽이 돌아 여기까지 왔지만 제가 늦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연기자 정인아(30)의 첫 인상은 확 트인 여름 해변을 닮았다. 174㎝의 훤칠한 키와 바디라인은 시종일관 밝은 미소와 어우러져 생동감을 유발했다. 건강미는 바라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만들기 때문에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섹시함보다 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그는 ‘건강미녀’다.

그러나 그는 생각이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연기자였다. 뒤늦게 다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사연과 과거를 풀어내는 그의 태도에서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던 자의 흐트러진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고난을 견뎌내고 우뚝 선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은은한 위엄이 담담한 말투 곳곳에서 묻어났다. 정인아는 처음엔 눈을 즐겁게 만들다 마지막엔 마음을 즐겁게 만드는 연기자였다.


그는 어려서부터 연기자를 꿈꿨다. 중학교 3학년 때 한 의류업체의 광고모델로 선발돼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모 언론사 사무국장이었던 아버지는 그의 연예 활동을 바라지 않았지만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고교 졸업 후 한국종합예술학교에 진학해 본격적인 연기 공부에 들어간 것도 잠시, 아버지의 갑작스런 별세로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대학 중퇴 후 패션 모델로 활동하기 시작했지만 그는 연기의 꿈을 놓을 수 없어 연극무대로 뛰어들었다. 지금도 인기리에 공연 중인 ‘클로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의 무대에도 서봤다. 배우 김진근(원로 영화배우 故 김준규의 아들)을 비롯해 함께 연극에 출연했던 선후배들에게 연기를 배우고 익혀 나갔다.

차근차근 내공을 쌓아나가던 그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지난 2008년 MBC에서 방송돼 큰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그는 시트콤에서 한류스타 윤상현의 여동생 역을 열연하며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런데 시트콤을 끝으로 정인아의 모습이 브라운관에서 느닷없이 사라졌다. 사기사건에 휘말린 것이다. 


“평소 잘 알던 분의 부탁으로 보증을 선 일이 있어요. 아는 분이니 순진하게 부탁을 들어드렸죠. 그런데 알고 보니 모두 계획된 사기였던 거예요. 그 분의 회사는 부도를 맞았고 저는 엄청난 빚을 떠안았죠. 빚은 무려 17억 원이나 됐어요. 말도 안 되는 영화 같은 일이 제게 벌어졌어요. 생전 본 적도 만진 적도 없는 큰돈을 빚지게 됐으니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어머니는 아버지만 살아계셨어도 제가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거라며 가슴 아파하셨죠. 온갖 협박과 고통에 시달렸어요. 제 방 곳곳에 빨간 딱지가 붙었죠. 소송 끝에 법원은 제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소송 기간 동안 저는 연예계 활동을 할 수 없었어요.”

원치 않은 소송에 휘말려 연예계 활동을 할 수 없었지만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그는 2009년 지인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의 모 피트니스센터에 우연히 들렀다가 운동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운동에 대한 열정은 그를 트레이너의 길로 이끌었다. 그는 연예계 공백기 동안 트레이너로 활동하며 다른 연예들을 지도하는 한편 피트니스 센터의 경영에도 참여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피트니스 센터 부근에 대형기획사(싸이더스)가 있었어요. 많은 연예인들이 피트니스 센터를 찾아왔죠. 인기가 많은 연예인들일수록 더욱 열심히 운동해요. 톱스타들이 자기 관리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어마어마해요. 스타의 인기와 자기관리에 들이는 노력은 비례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녜요. 저 역시 공백기 동안 열심히 운동하며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 노력했어요.”


와신상담 끝에 조금씩 기회의 문이 틈을 보였다. SBS 골프채널 MC 등으로 다시 방송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그는 현재 KBS 2TV ‘굿모닝 대한민국’에서 비만탈출 프로그램 몸짱 트레이너로 활약 중이다. 백혈병 환아들과 여수 엑스포 행사장 방문을 계획하고 아침을 거르는 아이들을 위해 청소년아침무료급식센터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등 건강 전도사 역할도 자임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담담했던 그의 목소리는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할 땐 격정에 차있었다.

“‘굿모닝 대한민국’에서 가수 민해경 씨의 언니인 가수 민재연 씨의 다이어트를 위해 개인 트레이닝을 담당하고 있어요. 다이어트는 단순히 살을 빼는 과정이 아닙니다. 비만으로 고생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자존감 부족, 무기력 등 정신적으로도 많은 괴로움을 겪고 있어요. 트레이너는 그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어루만져줘야 합니다. 정신적으로 강해지면 다이어트는 가속도가 붙게 돼요. 민재연 씨는 벌써 20㎏이상을 감량했어요. 앞으로도 건강과 관련된 콘텐츠를 개발해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하고 싶어요. 언젠가는 꼭 제 이름을 건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고 싶고요. 경제가 발전해야 나라가 발전하잖아요. 경제가 발전하려면 경제를 이끌어가는 국민들이 건강해야 하는데 다들 건강을 너무 소홀히 여기고 있어요. 건강이 나쁜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어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어요. 제가 건강을 역설하는 이유는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연기를 제대로 하고 싶어서이기도 해요. 체력이 좋아야 연기도 잘 할 수 있거든요.”

연기자로서의 공백기도 조만간 끝날 전망이다. 몇몇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출연 여부가 막바지 조율 중이란다. 6월부터는 배우 박준규와 함께 골프전문채널 MC로도 나설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연기에 매진하면서도 건강 전도사 역할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처한 환경이 어렵다고 꿈을 포기하면 안 돼요. 환경이 꿈을 이룰 수 있느냐 여부를 결정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생각을 바꿨기 때문이에요. 누군가를 원망하는데 시간을 보내기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저 자신을 가다듬는데 노력한 것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시련이 꼭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제대로 액션 연기를 할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액션 연기를 하려면 더 열심히 운동해 몸을 만들어야겠죠? 오는 7월 23일부터 28일까지 ‘사랑의 국토순례’ 단장으로 나섭니다. 충주에서 서울까지 매일 30㎞씩 총 150㎞를 걸을 예정이에요. 여러분도 저와 함께 걷지 않으실래요?”

123@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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