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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판 머니볼<저예산 오클랜드 최다연승신화>’…넥센의 영웅들
10승 이상 올린 선발투수 전무
빈약한 지원·중심타선 등 딛고
창단 후 1133일만에 단독1위로

저연봉 선수들 코치진이 커버
투타·수비 안정된 기량 이끌어


기적이 현실이 되면 기록이 된다.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는 ‘영웅들’이 쓰고 있는 기록에 야구팬들은 열광하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가 23일 LG 트윈스와 경기를 잡으며 팀 최다 연승 기록을 ‘8’로 늘렸다. 이날 SK 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에 지면서 넥센은 창단 후 첫 1위에 올랐다. 지난 2009년 4월 1위에 오른 적이 있지만 겨우 10경기만 치르고 얻은 ‘반짝 1위’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지금의 넥센을 예상한 사람은 양준혁 뿐이었다. 일부 전문가가 ‘8강8약’이라는 말에 은근슬쩍 넥센도 끼어줬지만 예의바른 소리일 뿐이었다. 10승 이상을 올린 선발이 하나도 없는 마운드와 마스코트 턱돌이가 가장 듬직해 보일 정도로 빈약한 중심타선. 돈으로 가치를 평가 받는 프로 세계에서 넥센의 연봉은 이를 뒷받침한다.

넥센의 올 시즌 연봉은 총액 40억4100만원, 평균연봉 7771만원으로 꼴찌다. 1위 삼성은 총액 62억3700만원, 평균 1억1768만원이다. 그나마 시즌을 앞두고 이택근과 김병현을 각각 연봉 7억원과 5억원에 영입하지 않았다면 숫자는 더 초라해졌을 것이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야구 회사인 히어로즈는 한때 메인스폰서가 없어 장원삼, 황재균 같은 주축 선수를 팔아 살림에 보태야할 정도로 가난의 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럴수록 빛나는 건 김시진 감독을 필두로한 코칭 스태프들이다. 비록 ‘없는 살림’이었지만 넥센은 묵묵히 젊은 선수들을 키워냈다. 선수들 이름은 몰라도 코치진 명성은 자자한 팀이 넥센이다. 김시진 감독은 말이 필요 없는 전설적인 투수다. 투수코치인 정민태는 20세기 마지막 20승 투수다. 올 시즌 넥센의 선발진을 꿰찬 김영민과 장효훈이 이들의 작품이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이승엽(삼성)을 키워낸 실력을 넥센에서 그대로 펼쳐보이고 있다. 이택근-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넥센의 중심타선은 돌풍을 이끌고 있다. 이 외에 염경엽, 김동수, 홍원기, 김성갑, 심재학, 최상덕 코치 등은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있었던 스타들이다.

이들이 합작해낸 넥센의 젊은 선수들은 올 시즌 투타는 물론 주루 플레이와 수비에서도 안정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 ‘머니볼’로도 유명한 미국 메이저리그 ‘저예산 구단’ 오클랜드의 포스트시즌 진출 기적이 철저히 기록에 근거한 선수 선발을 추구한 빌비 빈 단장의 결과물이었다면 넥센의 돌풍은 코치진과 선수들이 똘똘 뭉쳐 이뤄낸 것이다.

넥센이 24일 LG와 경기에서도 승리를 챙기면 두 자리 연승 기록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주말 3연전 상대가 최하위 한화다. 한화는 23일 경기에서 박찬호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수비 불안을 드러내며 승리를 헌납했다. 가장 따뜻한 봄날을 보낸 넥센이 5월의 마지막 주말까지 자신들의 잔치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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