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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학군관리 실패로 명성 퇴색…아무리 멀어도 좋은학교 찾아 삼만리
달라진 교육환경
“작은평형 아이들과 섞이기 싫어”
초교 배정위해 횡단보도 만들고
그들만의 ‘명문학교’ 탄생하기도

최근엔 떠오르는 단대부고 선호…나은 학교 진학위해 위장전입도




‘부촌’타워팰리스가 주목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교육여건, 즉 학군이었다. 강남구 도곡동 인근은 이른바 ‘강남 3구’인 강남ㆍ서초ㆍ송파구 중 교육열이 가장 높은 곳이다.

타워팰리스에 입주할 형편이 못 되는 이들도 서울 ‘비(非) 강남’이나 경기지역 자신의 집에 전세를 놓고 은마 등 인근 다른 아파트에 평수를 줄여 전세를 얻을 정도다. 이 지역이 8학군 중에서도 ‘잘나간다’는 명문 초ㆍ중ㆍ고교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타워팰리스도 과거에는 이 같은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부모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지하도 위에 불필요한 횡단보도까지 생기는 진풍경 속에서 학군도 오락가락했다. 그 바람에 인근 ‘교육 생태계’도 여러 번 변화를 겪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들만의 명문학교가 탄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학군 관리’에 실패하면서 현재 타워팰리스는 적어도 교육여건에 있어서는 인근 아파트에 비해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도곡동 대도초교에 대부분 학생들이 배정됐다. 이 학교에는 타워팰리스 외에도 동부센트레빌, 삼성래미안, 도곡렉슬 등 도곡동, 대치동에서 가장 ‘잘나가는’ 고급 아파트의 아이들이 입학했다. 
도곡동은 치맛바람이 세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자녀들은 명문학교에 보내기 위해 없던 횡단보도도 만들고 잦은 전입도 마다 않는다. [헤럴드경제DB]

부자들의 이른바 ‘끼리끼리’ 문화를 만족시켜 줬던 학교가 대도초교였지만, 초교 배정 학구(學區)가 바뀔 위기에 처했다. 타워팰리스 맞은 편 동부센트레빌과 도곡렉슬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대도초 학생 수가 급격히 늘어나, 대도초의 학급당 학생 수가 40명을 넘게 된 것이 원인이었다.

결국 2005년 서울시교육청은 인근 개포동 개일초교로 타워팰리스 아이들을 배정하기 시작했다. 이곳의 학급당 학생 수는 당시 25명에 불과했다. 그러자 타워팰리스 학부모들이 이에 반대하며 집요하고 조직적인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자녀를 개일초교에 보내지 않는 등 ‘등교 거부’ 투쟁을 벌였고, 서울시교육청과 강남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힘겨루기’까지 했다.

표면적으로는 대도초교가 개일초교보다 거리상 더 가까울 뿐만 아니라 다니기 편하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타워팰리스 단지 중심에서 두 학교까지의 거리를 재 본 결과, 대도초교가 160m 더 멀었다. 더욱이 대도초교에 다니려면 대형 지하보도까지 건너야 돼 더 불편했다. 개일초를 ‘비토’했던 속내는 “우리 아이가 평범한 아이들과 같이 놀게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개일초교에는 인근 저층 주공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주로 배정됐다. 11~13평짜리 작은 평형 아파트의 생활 수준 차이나는 아이들과 섞이기 싫다는 것이었다.

일단 시교육청은 당초 입장을 접고 타워팰리스 학부모들의 뜻을 받아들였지만, 2006년부터는 학구 배정원칙을 준수하겠다고 맞섰다. 그러자 학부모들은 도곡역 사거리 한쪽에만 대도초 등교를 위해 지하도 위에 ‘절름발이 횡단보도’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구룡초교는 개포동 인근 시영아파트와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많이 다녀 개일초보다 더 문제라는 게 타워팰리스 학부모들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현재 타워팰리스 어린이들은 대도, 개일, 대치, 구룡초교 등에 고르게 배정된다.

중학교의 경우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진학률이 높은 대청중이 타워팰리스는 물론 인근 아파트 학부모들 사이에서 ‘절대 강자’였다. 그러나 인근에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역시 학생 수가 증가해 현재 타워팰리스에 사는 학생 중 대청중에 배정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구룡중, 대치중, 숙명여중으로 배정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타워팰리스 주민 중 일부는 대청중 배정을 위해 인근 오래된 아파트인 우성이나 한보미도맨션으로 위장전입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 2010학년도 입학생부터 고교선택제가 적용돼 이 같은 경쟁은 다른 학교급에 비해 덜 치열하다. 그러나 고교선택제 배정 단계 중 자신의 지망에 따른 1ㆍ2단계와 달리 각 학교 정원의 40%를 지망학교 고려 없이 강제배정하는 3단계가 변수다.

현재 상당수 학생들은 전통의 명문학교인 숙명여고나 휘문고는 물론 최근 떠오르고 있는 단대부고를 선호한다. 그러나 상당수 학생은 중대부고나 개포고 등 인근 공립고로 배정되는 경우가 많다. 


<신상윤 기자>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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