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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8년동안 품어온 장석주 시인의 고래 이야기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본질을 꿰뚫는 언어로 가슴 뛰게 만드는 장석주 시인의 생애 첫 동화와 동화작가 고 권정생의 특별한 동시집이 나란히 출간됐다.

장 시인의 ‘독도고래’(문학의문학)는 어른을 위한 동화로, 독도에 사는 토종고래 외뿔이의 꿈의 모험담이다. 권정생의 동시집 ‘나만 알래’(문학동네)는 1969년 동화 ‘강아지똥’으로 데뷔하기 전, 동시작가로 이미 등단했던 권정생의 천성적인 아이마음을 보여주는 작가의 시원과도 같은 작품이다.

‘독도고래’는 토종고래 외뿔이 상쾡이가 주인공이다. 아빠 없이 홀로 엄마와 함께 지내던 상쾡이는 어느날 상어떼에게 엄마마저 잃고 고래학교에서도 퇴교당하고 만다. 늙은 갈매기를 벗해 공중도약을 연습하며 지내던 그는 역사선생으로부터 꿈에 관한 얘기와 실현하는 방법을 듣는다. 꿈의 여섯 법칙은 ‘그것이 아니면 죽을 듯이 꿈을 추구하라’는 것.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상쾡이는 먼 바다로 나간다. 늙은 범고래, 하얀갈매기, 흰긴수염고래 등을 만나며 세상의 의문을 하나하나 풀어가던 상쾡이는 오래전부터 품어온 꿈, 세상의 끝을 향해 여행을 떠난다.

동화는 죽음과 존재의 외로움, 자연의 섭리를 상쾡이의 성장을 통해 응축된 언어로 들려준다.

장 시인은 8년 전 독도고래 이야기를 구상했다. 다른 시인과 함께 독도 탐방에 나섰다가 너울 때문에 섬에 들어서진 못하고 바라만 봐야 했다. 그때 바라본 독도에 대해 시인은 “태고의 침묵에 감싸인 듯해 보였다. 나는 이내 독도의 견고한 태고성과 비타협적인 꼿꼿함 앞에서 전율을 하며 숙연해졌다”며 “풍우와 파도에 깎이고 씻기며 저 가파른 목숨을 이어왔거니 하는 생각에 그만 울컥해졌고, 그 찰나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온 몸을 뚫고 지나갔다”고 ‘작가의 말’에 썼다.

독도를 가슴에 품고 수차례 쓰고 지우길 몇 년, 정작 이마에 혹을 가진 상쾡이 이야기가 떠오른 건 최근이다.

책에는 독도와 일본의 역사도 자세하게 들어있다. 독도를 우리 땅이라고 쓴 문학작품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동화작가 고 권정생의 동시집 ‘나만 알래’는 죽음선고를 받고 예쁜 동시집을 만들고자 했던 작가의 소망이 오롯이 담긴 시집이다. 지난해 나온 ‘동시 삼베 치마’ 중 안도현 시인이 42편을 골라 새롭게 꾸몄다.

“콩아 콩아/빨가숭이 콩아/빨가벗고 부끄럽잖니//요 구멍 속에 꼭꼭 숨었다가/옷 해 입고 나오너라”(논두렁 콩 심으기)

“우리 동네 양반 동네/누나 사는 동네 상놈 동네/개코딱지 동네//나랑 살지 않고 혼자 갔기 때매/나 없이도 누난 좋아 갔기 때매”(누나 사는 동네)

“옥수수네 엄마는/좋은 엄마지/뙤약볕이 따가워/꽁꽁 싸 업고/칭얼칭얼 한종일/자장 불러요”(옥수수)

1967년 3월 5일 서른한살의 권정생은 일본에 있는 형수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낸다. 

“시는 200편 정도 완성되었습니다. 죽기 전까지 예쁜 동시집 한 권에 싣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책을 읽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이 한 가지 소망은 들어주시겠지요.”

안상학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사무처장이 2011년 일본에 살고 있는 선생의 형수를 방문해 찾은 이 편지엔 동시를 향한 간절함이 묻어난다. 이 편지는 두 번의 큰 수술 끝에 의사로부터 2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때 쓴 편지다. 여기엔 동시 2편이 김동리가 발행하던 ‘아동문학’과 ‘기독교 교육’ 문예란에 실렸다는 얘기도 담겨있다.

동시는 1960년대 시골 동네 풍경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다람쥐, 옥수수, 패랭이꽃, 꾀꼬리, 개와 고양이, 엄마와 누나, 방물장수 할머니 등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들고 나는 만화경처럼 재미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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