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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워팰리스10년>타워팰리시안들, 전엔 김창열 물방울,요즘은 데미안 허스트 물방울...최근엔 미래가치 염두해 엔틱 가구 등으로 확대
서울 도곡동의 남쪽 끝자락, 467번지에 타워팰리스가 처음 들어섰을 때 가장 인기 있던 그림은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이었다.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김 화백은 화폭에 맺힌 물방울이 금방이라도 ‘톡’ 하고 떨어질듯 맺혀있는 유화가 트레이드 마크. 이 그림이 타팰 입주민들에게 ‘인기 1순위’였다. ‘열 집 중 한 집에는 김창열의 물방울이 걸려있을 것’이란 말도 나돌았다.

그렇다면 요즘은 어떨까? 지금 가장 인기 있는 그림은 영국 출신 스타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물방울 그림이다. 눈부신 순백의 캔버스에 빨강 노랑 파랑의 둥근 점들이 상큼하게 반복되는 허스트의 ‘스폿 페인팅’은 고가(작은 크기 및 중간사이즈 약 5000만~1억원 안팎)에도 불구하고 꽤 인기다.

은은한 서정미를 보여주는 그림에서 이제는 경쾌한 그림으로, 국내 원로화가 그림에서 세계 미술계를 쥐락펴락하는 월드스타 그림으로 타팰 입주민들의 아트에 대한 선호도가 바뀐 것. 

서울의 한 화랑주는 “강남 고객 중에서도 타팰 고객은 그림을 아무래도 좀 더 많이 사는 편이다. 아파트 층고가 기존 아파트에 비해 높고, 거실이 커서 사이즈가 큰 그림이며 현대적인 사진도 잘 소화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한때는 강북 화랑들이 강남에 앞다퉈 분점을 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국내를 대표하는 최고급 아파트라는 자부심 때문에 타팰 주민들은 인테리어와 가구 장만에도 공을 들인다. 그림도 유명 작가의 것을 적어도 한두 점은 보란듯 내걸어야 대열(?)에서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 화랑주는 “타팰 고객들은 산수화나 서예에는 거의 관심이 없고 참신한 작품을 선호한다. 김중만의 꽃 사진과 아프리카 풍경사진이 인기가 높고,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사진도 문의가 줄을 잇는다”고 전했다.

지난 10년간 대형 평형에 사는 타팰 주민들은 앞서 김창열의 물방울 그림과 고(故) 이대원 화백의 사과나무밭 그림, 이왈종 화백의 그림이 선호도가 높았다고 한다. 반면 젊은 층이 많이 사는 중형 평형에선 사석원, 민병헌, 이동기 등 중견 작가의 작품과 무라카미 다카시 등 해외 작가의 작품이 인기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붐은 2008, 2009년에 접어들며 한풀 꺾였다고 한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도래하며 그림값이 반 토막이 나자 타팰 손님들도 타 지역처럼 아트 컬렉션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한다. 

다만 타팰 손님들은 정보가 대체로 빠른 편이고, 해외 여행도 많이 다녀 문화 예술에 대한 소양이 여전히 높은 편이다. 예술의전당과 LG아트센터, 삼성미술관 리움 멤버십에 가입한 이들의 비율이 타팰이 가장 높을 것이라는 것이 문화예술계 추정이다. 특히 클래식 콘서트와 뮤지컬, 영화감상 등을 정기적으로 즐기는 마니아층이 타 지역에 비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주민이 문화예술을 사랑할 수는 없는 법. 맨 처음 입주한 가구들은 집치장이며 가구 선정 등에 공을 들이지만, 억대의 돈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나면 정작 가장 중요한 품목인 예술품을 들여놓는 것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가구에는 힘을 많이 주는 편이었는데 클래식한 가구에서부터 유명 디자이너의 예술적인 가구, 이탈리아 및 프랑스,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가구까지 다양한 가구들이 타팰의 집집을 장식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들어서는 일상생활에 직접 쓰면서, 미래 투자가치도 있는 앤틱 가구 및 명품가구를 선호하는 층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조지 나카시마, 샬롯 페리앙, 레이 임스의 우아한 디자이너 가구에서부터 캐주얼한 가구인 톨릭스까지 타팰에서는 다양한 가구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쓰이고 있다. 이들 가구는 가격대가 다소 고가이지만 향후 오를 수 있어 인기다. 물론 대다수는 국내 브랜드 가구를 쓰고 있지만….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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