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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 사치품…中은 과시용…日은 일상복에
정영양 관장의 한·중·일 자수이야기
역사적으로 비단실은 매우 비쌌기 때문에 명주자수는 상류사회에서만 가능한 작업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수놓는 일 자체가 사치스럽게 여겨졌다. 따라서 예부터 평민들의 자수란 혼수로 가져가는 원앙금침, 수저집, 주머니 등 영역이 한정돼 있다.

명주자수는 동양에서 먼저 시작됐으며, 기원 전 3500년께 황하 인근에서 발견된 반쪽자리 누에고치가 명주실의 원천으로 알려져 있다.

정 관장은 “자수기법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동일하지만 배열 방식이나 문양에 있어서 나라, 지역별 차이를 보인다”면서 “한ㆍ중ㆍ일의 자수품들은 대부분 여성에 의해 제작됐고, 중국은 꼬지 않은 푼사로, 한국과 일본은 딸딸 실을 꼬아서 수놓았다“고 말했다.

정 관장은 예부터 명주실이 풍부해 화려한 자수품들이 많았던 중국의 자수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중국의 자수는 실을 꼬지 않고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 작품에 비해 윤기가 많이 흘러 감상용으로도 좋다는 것. 송나라 때부터 자수가들은 화가에게 받은 그림 위에 똑같이 수를 놓았기 때문에 사실성이 강한 것도 특징이다. 

(왼쪽부터) <적의> 한국 조선시대, <용포> 중국 청대, <송학후지산문우치카케>일본 에도시대

청나라 때부터 중국자수는 더욱 화려해진다. 이때 더욱 정교하고 복잡한 문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배 계층을 중심으로 집권 정통성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면서, 청나라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려고 용무늬를 많이 수놓았다.

일본의 자수는 최소한의 실로, 완성도를 높인 게 특징이다. 정 관장에 따르면 일본자수는 기모노와 오비 등 일상적인 옷을 장식하는 데 사용돼 실용적인 성격이 매우 강하다. 15세기 말부터 100여 년간 계속된 내란 탓에 방직이 폐쇄됐고, 금직섬유 유통도 어려워졌다. 따라서 아주 중요한 부분만 염색한 명주로 수를 놓는 방식이 발달한 것. 정 관장은 “일본자수는 자연문양과 인위적인 도안을 골고루 배치했으며, 적은 실을 사용했지만 옷 전체로 보았을 때 디자인적으로 매우 뛰어나다”고 평했다.

정 관장은 한국의 자수에 대해서는 “장생과 화조문양으로 소박한 ‘정(情)’을 담은 게 특징” 이라면서 “검소함을 미덕으로 하는 유교사상의 발달로 중국처럼 화려하게 꽃피진 못했다”고 분석했다. 문양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화조(새와 꽃), 개나 고양이 같은 친근한 동물 혹은 무병장수를 염원하는 장생문양 등이었다. 또 ‘복(福)’자를 많이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 관장은 “옛 여성들이 신랑의 장원급제를, 혹은 부모ㆍ시부모의 장수를 염원하며 몇 달 혹은 몇 년을 정성스럽게 수놓곤 했다” 며 “중국, 일본보다 기복적 색채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도 한국자수의 큰 특징” 이라고 전했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사진제공=정영양자수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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