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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던한 감수성 홍상수…장르적 색채 임상수…두 ‘상수’ 중 누가 웃을까
한국영화가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2편이 초청된 것은 지난 2004년과 2010년에 이어 올해로 세 번째다. 처음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황금종려상에 이은 2등상 격인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을 수상했고, 두 번째로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았다. 2편이 나간 때는 어김없이 희소식을 알렸으니 이번에도 한국영화계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만일 한 편만 시상식의 주인공이 된다면 칸과의 인연으로 볼 때는 홍상수 감독 쪽으로 저울추가 기운다. 칸 진출 8번, 경쟁부문 입성만 세 번째인 데다 2010년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으니 수상 가능성이 무르익었다. 프랑스의 국민적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다른 나라에서’의 주연을 맡은 사실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영화사에 따르면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에 대해선 칸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올해 공식 초청작 중에서 가장 훌륭한 미장센”이라며 “임상수의 카메라 작업은 클래식한 기법을 고수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그의 놀라운 스타일과 촬영 방식을 보게 될 것”이라고 극찬해 기대를 높였다.

홍상수 감독은 현대 사회의 일상과 인간관계 속 아이러니를 특유의 유머와 롱테이크로 담아왔다. 특히 인물과 대사, 상황을 재즈의 즉흥연주처럼 반복하고 변주하며 농담, 유머, 나태, 우울, 냉소, 역설, 습관, 기시감 등 일상의 감각을 영화적인 체험으로 만들어 왔다. 반면 임상수 감독은 돈과 성, 권력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강렬한 색감과 엄밀하게 연출된 기하학적 구도, 전통적인 서술 및 편집방식으로 담아왔다. 결국 심사위원들이 홍상수의 ‘위트’와 임상수의 ‘스타일’ 중 어떤 것을 지지할지가 관건이다.

미국 영화업계지 할리우드리포터는 최근 칸영화제 심사위원 9명의 성향을 분석해 경쟁부문 초청작들의 지지도를 예상했다.

역시 키를 쥔 이는 심사위원장인 이탈리아의 거장 감독 난니 모레티다. 좌파적인 정치 성향을 갖고 있으며 사회와 권력에 대한 비판을 가족과 개인적 관계 속에 담아내는 시네아스트(cineaste)다. 유럽영화계의 오랜 동료이자 칸이 사랑하는 거장인 켄 로치, 미카엘 하네케, 마테오 가로네 등에게 지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다. 고정된 카메라에 인물이 들어가고 나가는 카메라 워크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 유럽의 모던한 감수성은 아무래도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 친화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장 폴 고티에는 페드로 알모도바르나 뤽 베송의 영화에 참여했으며 자신의 직업대로 원색적이고 스타일리시하며 패셔너블한 작품을 선호할 것으로 예측된다. 굳이 따지자면 임상수 감독 쪽이다. 패션모델 출신으로 할리우드 스타 배우인 다이앤 크루거는 미국 영화에 표를 보탤 것으로 전망되지만 장르적 색깔이 강한 임상수 감독의 영화에도 호감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심사위원인 미국 영화감독 알렉산더 페인이 웨스 앤더슨이나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과 함께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밀 것으로 내다봤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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