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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21세기 세계 권력지도, 패권은 없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미국의 몰락을 예견하며 21세기 패권을 누가 쥘 것인가에 관심이 쏠렸다. 화폐전쟁으로 얘기되는 중국의 부상은 그 예고편처럼 읽혔다.

미국 군사 정책의 실무자로 활동해온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석좌교수는 21세기 글로벌 정보화 시대에 권력은 어떻게 작용할 것이며,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심층까지 차근차근 파 내려간다.

조지프 나이가 ‘권력의 미래’(세종서적)에서 그린 세계 권력지도는 3단 체스판으로 구성된다.

상단 체스판에서 군사력은 거의 단극 체제를 이루며 한동안 미국이 최고의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중단 체스판은 다르다. 경제력이 10년 이상 다극 체제로 지속되는데,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이 주요 세력으로 활동하고 다른 국가가 세력을 강화하는 형국이다. 하단 체스판은 보다 광범위하고 분산적이다.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국경을 초월한 국제관계의 영역으로, 여기에는 거대 투자가들, 위험한 살상무기를 다루는 테러범들, 보안이 취약한 사이버공간의 위협적 해커들 등 다양한 비국가적 행위자들이 포함된다. 

조지프 나이는 ‘미국 권력 연구의 결정판’답게 군사력과 경제력, 소프트파워 등 권력의 자원별로 중국 일본 EU 브릭스 인도 등 각국이나 권역이 이를 어떻게 행사하고 있는지, 미국에 어떤 위협인지 등을 일일이 따져나간다. 가령 경제적 측면에서 일본의 경우, 기술적 리더십과 제조기술, 대중문화, 국제기구 지원 등 적잖은 소프트파워 자산을 갖고 있지만 자민족 중심의 태도와 정책이 오히려 그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고 본다. 중국과 일본이 동맹을 맺는다면 강력한 연합세력이 될 수 있지만, 이도 성사 가능성이 작다. 역사적 상처와 아시아 구상에 대한 비전이 서로 달라 평행선을 달린다.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치밀하다. 중국이 세계 패권국으로서의 목표를 갖고 있더라도 경제 성장, 외부 시장과 자원의 제한뿐만 아니라 군사력에 대한 주변국들의 반발로 오히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모두 저하시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소프트파워는 군사력ㆍ경제력 등 전통적인 권력 자원보다 최근 더 각광받는 쪽이다. 권력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능력이라 할 때,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소프트파워는 최근 가장 유익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지프 나이는 소프트파워의 요소인 매력이 어떻게 생기는지에 대해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의 드라마의 예를 살핀다. 중요한 건 소프트파워가 다른 국가의 손해가 수반돼야 하는 제로섬일 필요는 없다는 것. 따라서 최근 충돌하는 두 축, 중국과 미국이 서로의 시각에서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다면 피해를 수반하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궁극적으로 조지프 나이가 추구하는 것은 스마트파워다. 하드파워 자원과 소프트파워 자원을 조합해 효과적인 전략을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만약 국제 정치에서 군대와 소프트파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흔히 군사력을 선택하지만 스마트파워는 두 가지를 모두 보유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제안한다. 네트워크의 새로운 권력 중 하나인 비정부적 민간 행위자들, 사이버 핵티비스트들과의 관계는 소프트파워를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민간 외교는 국내적으로는 골칫거리일 수 있지만 유익한 국제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소프트파워의 효과가 크다. 정부에 대한 반대와 자기비판은 메시지의 신뢰성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반대를 수용하려는 사회에 대한 호감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탈중앙화와 통제의 축소가 오히려 소프트파워를 생성시키는 역설이다.

여기서 21세기의 리더의 능력이 제시된다. 21세기 리더는 변화하는 환경을 이해하고 추세를 활용하는 상황지능(contextual intelligence)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지프 나이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새로움은 권력행동의 세 가지 양상, 즉 다른 사람에게 원하지 않는 것을 하도록 만들고 의제를 설정하거나 기호를 형성하기까지 실제 전략적 상황을 어떻게 끌어가는지를 보여준 데 있다.

조지프 나이는 21세기에도 미국이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이 곧 패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의 미국 중심적 시각은 좀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권력의 근원과 궤적, 급부상한 크고 작은 권력에 대한 탐색과 깊이 있는 통찰은 다른 국가뿐만 아니라 작은 조직에 이르기까지 유용하게 쓰일 만하다.



/meelee@heral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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