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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정치 현실 데자뷔…긴박감 더하는‘더킹…’
MBC 수목극 ‘더킹 투하츠’〈사진〉는 예상외로 깊은 내용을 담고 있는 드라마다. 처음에는 하지원(김항아 역)과 이승기(이재하 역)의 로맨스 정도로만 알았다. 재벌집 아들과 캔디녀 구도가 너무 식상하니까 남한의 왕과 북한의 여장교로 설정을 차별화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질적인 요소들의 충돌과 섞임으로 멜로를 완성해 나갈 것으로 보았다.

물론 ‘더킹’은 기본적으로 그런 면을 깔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훨씬 더 복잡하다. ‘클럽M’의 수장 김봉구(윤제문 분)라는 존재 때문이다. 존 마이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김봉구는 무서운 글로벌 사이코라는 독특한 캐릭터다. 김봉구는 1~2회에서 캐릭터를 설명할 때 마술쇼와 잔인하고 뜬금없는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 캐릭터가 정극에 잘 녹아들어가지 못했다. ‘007 영화’에 나오는 악당 같기는 한데, 잘 이해되지는 않았다. 이 점은 시청률 1위로 시작한 ‘더킹’이 선두를 이어가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됐다.

하지만 클럽M의 실체가 조금씩 더 드러나고 김봉구라는 캐릭터를 윤제문의 능숙한 연기로 어느 정도 익숙하게 만들어내면서 이야기의 몰입도도 조금씩 높아졌다. 클럽M은 남한의 왕을 시해하고 남한 국왕의 남북 화해 시도를 반대한다. 클럽M과 김봉구에는 무기판매상, 군산복합체, 테러리스트, 제국주의자 등을 대입시켜볼 수 있고 때로는 미국도 해당된다는 해석도 있다. 이렇게 되면 ‘더킹’은 한반도의 정치적 현실을 잘 드러내는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왕실 비서실장 은규태(이순재 분)가 실체를 드러내면서 냉혹한 정치극의 형태로까지 읽히게 됐다. 은규태는 처음에는 별 활약이 없어 왜 굳이 이순재를 캐스팅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후반 들어 은규태의 존재는 극에 긴장감과 팽팽함을 부여하고 있다. 은규태의 실체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건 자신의 아들 은시경(조정석 분)에게 한 말인 “누가 진실을 보라고 했어. 현실을 보라고 했지”다. 그는 현실주의자이자, 보수주의자이다. 은규태는 국왕이 살해됐던 휴양지 위치를 김봉구에게 알려준 인물이다. 그는 형의 살해범으로 클럽M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재하에게 “밝혀도 힘이 없는데 어떡합니까”라고 말하고 “이 엄혹한 현실에 맞설 용기가 있냐”고 묻는다.

국왕 이재하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외세가 아닌 내부세력에 의해 뜻을 펴지 못할 판이다. 다행히 이승기는 왕자 시절 틱틱거리고 철없는 밉상 캐릭터에서 형의 죽음을 계기로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공부하며 정세를 챙기는 멋진 왕으로 바뀌었다. 복합적인 재하 캐릭터를 소화하는 이승기의 연기는 기대 이상으로 잘해내고 있다.

‘WOC(세계장교대회)’ 참가로 다시 이승기와 호흡을 맞추며 세기의 약혼을 앞두고 있는 하지원의 연기도 물이 올라있다. 그래서인지 북한장교인데도 무척 예쁘다. 암살 위기에 처한 연인 이승기를 구해낸 하지원의 액션 연기도 충분히 멋있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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