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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겸재에서 현재,단원까지..澗松에서 우리의 고유색을 만난다
{헤럴드경제= 이영란 기자} 겸재로부터 시작해 현재를 거쳐 단원, 혜원에 이르는 조선 후기 문화절정기인 ‘진경시대’ 회화를 선보이는 전시가 열린다.

일년에 봄가을 두차례만 미술관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서울 성북동의 간송(澗松)미술관이 진경시대 대표 화가들과 그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던 화가들의 그림 110여점을 선보이는 ‘진경시대 회화대전’을 개최한다.

오는 5월 13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의 서거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다. 그 기념으로 우리 문화유산의 열렬한 애호가이자 수집가였던 간송이 직접 그린 유묵(遺墨) 4점이 나와 관심을 모은다.

추사(秋史) 김정희의 ‘고사소요’를 임모(臨摸)한 간송의 ‘방고사소요(倣高士逍遙·1956년)’는 누런 갱지 위에 그린 선비의 모습이 쓸쓸하니 고고하다. 당시에도 어린이들이나 쓰던 갱지에 그림을 그린 것에 대해 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실장은 "문화재 구입에는 전 재산을 아낌없이 내놓을정도로 통이 컸으면서도 스스로에겐 더없이 엄격하고, 인색했던 간송의 면모를 살필 수 있다"고 했다. 외사촌 형인 소설가 월탄 박종화와 대작하던 중 흥에 겨워 그린 ‘묵국(墨菊·1956)’에선 간송의 호방하고 유려한 필치가 잘 드러나 있다. 그림에 곁들여진 글씨는 월탄의 솜씨다.


한편 이번 봄 정기기획전의 키워드인 ‘진경시대’는 조선 숙종에서 정조 어간까지 약 120년간 이어진 조선의 ‘문화 황금기’를 가리키는 문화사적 명칭이다. ‘한국 고유의 미(美)’를 추구했던 진경시대 회화의 가치를 그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었던 간송은 이 시기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컬렉션해, 미술관이 지난 41년간 무려 스무차례의 진경서화전을 여는 토대를 닦았다.

전시에는 우리 산천을 소재로 한 진경화풍을 창안한 겸재 정선(1676~1759)에서부터 현재 심사정,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등의 산수, 풍속화 등이 두루 내걸려 진경시대 회화의 변천과정을 한자리에서 음미할 수 있다. 


특히 조선성리학에 뿌리를 두고 우리의 고유색을 표현한 겸재 정선의 그림에는 조선의 산천과 집, 한복 차림 인물이 등장해 세부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왕산 바위를 짙은 먹으로 멋드러지게 표현한 ‘청풍계’, 아차산 풍경을 묘사한 ‘광진’은 겸재의 진경화풍이 무르익어가는 60대 시절의 작품이다. 72세 때 완성한 ‘단발령 망금강’은 중국의 것과 우리의 것을 자유롭게 혼용하며, 이를 뛰어넘어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 절정의 기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걸작이다.

한편 어린 시절 겸재에게 그림을 배웠으나 중국의 남종 문인화풍을 수용해 자신만의 산수화풍을 정립한 현재 심사정의 그림도 출품돼 겸재의 그림과 비교해볼 수 있다. 또 진경시대 말기를 장식한 단원 김홍도와 고송유수관 이인문, 긍재 김득신, 초원 김석신, 혜원 신윤복 등 화원화가들의 작품도 출품된다. 무료관람. 02-762-0442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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