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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란 선임기자의 art & 아트> 장쾌한 낙수…이곳이 仙界로세
풍류가객 사석원의 ‘산중미인(Secret Paradise)’展
화폭에 담은 ‘한국 명폭’ 40점
11일부터 가나아트센터서

“산의 심장 폭포 마주하면
천상에서 내려온 미인 같아
폭포 옆 술한잔 최고 풍류”


전국의 대폿집 순례며 아프리카 기행 같은 ‘여행’은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등산’에는 유독 약한 작가 사석원(52). 그가 전국의 폭포 100여곳을 찾아다니느라 십수년째 고생깨나 했다. ‘한국의 명폭 100곳을 화폭에 담겠다’는 야심찬 계획 때문이었다. 폭포란 건기(乾期)엔 신통찮고, 우기에 힘찬 위용을 보여주기에 젖은 흙에 미끄러지길 다반사였다. 그래도 어렵사리 찾아든 심산유곡의 장대한 폭포는 숨을 멎게 했다. 폭포 옆에서 마시는 냉막걸리 한 잔은 최고의 풍류였다. 풍류가객 사석원이 폭포 그림을 들고 우리 앞에 왔다.


화가 사석원(52)은 동물을 잘 그린다. 당나귀, 호랑이, 소, 말, 부엉이를 그린 그의 그림은 원시적 생명력과 해학이 흘러넘친다. 그런 그가 이번엔 폭포의 쩌릿쩌릿한 기운이 절로 느껴지는 신작 40점을 모아 5월 11일부터 6월 3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사석원-산중미인(Secret Paradise)’전을 연다.

‘폭포그림전(展)’은 사석원에게 오랜 숙제였다. 풍류를 즐기고, 그 풍류에서 비롯된 흥을 바탕으로 자연과 생명의 경외감을 표현해온 그에겐 ‘산(山)의 심장’인 폭포는 꼭 그려보고 싶었던 소재다. 그래서 금강산을 예닐곱 번이나 갔고, 설악 오대 덕유 백두산 등등을 죄 훑었다. 그리곤 지난 2년간 강한 붓질과 두터운 마티에르(질감)로 명폭을 거침없이 화폭에 담아냈다.

사석원의 폭포그림은 그 갈래가 매우 다양하다. 신선들이 노닐었다는 계룡산 은선폭포는 짙푸른 녹음 속 폭포의 경관이 사실적으로 담겼고, 주왕산 달기폭포는 검은 직선이 흰 포말과 격렬하게 부딪힌다. 연화산 미인폭포는 흐드러지게 핀 오방색 꽃무리 사이로 굽이굽이 흐르는 물줄기가 날렵하며, 금수산 용담폭포에는 싸움소를 커다랗게 그려 넣어 절경이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닭과 부엉이, 새와 꽃이 어우러진 백두산 천지에 흰 수염의 호랑이를 익살스럽게 그려넣은 사석원의 유화‘ 백두산 호랑이’(162×130㎝). 한국적 풍류와 해학이 싱그럽게 녹아들어 있다. 
[사진제공=가나아트]

그의 폭포 연작에는 미인(여성)이 딱 한 번 등장한다. 폭포수에 발을 담근 누드다. 그런데 왜 타이틀이 ‘산중미인’일까?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산속 깊이 들어가 폭포를 ‘딱’ 마주하면 천상에서 내려온 미인 같더라. 산이 감춰뒀던 미인이 폭포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런 아찔한 두근거림 때문일까? 사석원의 폭포 그림에선 수직으로 꽂히는 낙수가 금방이라도 화면 밖으로 튈듯 생생하다. 각기 다른 기백을 지닌 우리의 명폭에 낯익은 동물들을 곁들인 그림 또한 호방하다. 부엉이의 두 눈동자에 오대산 구룡폭포를 좌우대칭으로 집어넣은 시도는 더없이 흥미롭다.

사석원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살아꿈틀대는 생명성은 ‘날 것’으로서 우리 민화가 지닌 힘과 매력 때문이다. 사석원은 민화의 꾸미지 않은 야생성을 오늘에 불러내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특별한 재능이 있다. 강렬한 색의 운용, 힘찬 기세,신명나는 해학으로 이뤄진 그의 폭포그림은 근엄하지 않고, 삶의 환희로 가득 차 있다. 지극히 사석원스럽다.

국내외 명폭이란 명폭은 두루 섭렵한 그에게 “올여름 가볼 만한 폭포를 꼽아달라”고 하자 “설악산 천불동계곡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오련폭포야말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폭포”라고 답했다. (02)720-1020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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