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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 결국 꼬리잡힌 형님권력의 집행자
결국엔 잡혔다. 민간인 사찰의혹도, SLS그룹 로비의혹도 잘 비껴갔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1억원이란 ‘꼬리(?)’를 끝내 감추지 못했다.

‘왕차관’이란 그의 별명엔 가장 힘이 센 차관이란 뜻도 있지만, ‘왕(王)’의 차관이란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이 때문에 그의 구속은 파이시티에서 1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박 전 차관은 이상득 전 의원을 거쳐 이명박 대통령까지 권력의 핵심에 닿아있는 연결고리다. 이는 서울시와 청와대, 국무총리실, 지식경제부를 두루 거친 그의 이력이 말해준다. 특히 정권 초반에는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과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으로 권력을 ‘설계’했고, 중반에는 국무조정차장으로 권력을 ‘관리’했다. 후반에는 지식경제부차관으로 자원외교를 통한 권력의 ‘업적 쌓기’에 매진했다.

그 만큼 그는 이번 정권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아왔고, 이 때문에 수차례 제기됐던 인사전횡과 각종 로비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돼 왔다. 이 때문에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된 각종 수뢰의혹은 단순히 그가 돈을 받은 게 아니라, 정권 핵심부로의 자금흐름이 드러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거대기업 포스코가 연루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정치적으로도 박 전 차관의 구속은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2010년 처음 민간인 사찰의혹을 떠뜨린 인물은 정권 초 이른바 ‘형님권력의 집행자’인 그에 의해 주변부로 밀렸던 친이계 정치인들이다. 박 전 차관의 몰락은 외부의 충격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권 내부의 권력다툼에서 비롯된 셈이다. 앞으로 수사에서 추가적인 수뢰혐의 등 불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 충격은 이번 정권 최강 권력계파인 ‘영포라인’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등을 돌리기 시작한 과거 친이계 정치인들에 이어 친위라인마져 무너지게 되면, 대통령은 현재의 레임덕(lame duck)을 지나 ‘데드덕(dead duck)’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구속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로 미뤄볼 때, 파이시티는 상류에 연결된 수많은 지류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는 게 세간의 평가다. 즉 최 전 위원장이나 박 전 차관이 돈을 받은 이유가 개인적인 착복이 아니라 ‘주군(主君)’의 대선비용 등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이미 검찰이 박 전 차관의 형 계좌에서 십억원대의 뭉칫돈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가운데 그가 1억원만 받았으리라 여기는 이는 거의 없다. 그의 구속이 ‘끝’이 아니라 ‘시작’인 이유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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