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홍승완 기자] 세계 3위의 D램 업체인 일본 엘피다(ELPIDA)의 우선 인수 협상대상자로 미국의 마이크론이 결정됐다. 인수가 마무리될 경우,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의 양강체제로 유지되던 D램 시장에 세번째 강자가 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인수과정이 험난하고 양사간 시너지가 제한적이라 국내 업체들이 크게 잃을 것도 없다는 분석도 많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인수전 불참을 선언한 것에 대해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평가한다. 엘피다가 내용에 비해 ‘비싼 매물’이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모바일 D램을 비롯한 주요 분야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엘피다가 기대에 못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2차 입찰까지는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던 SK하이닉스가 일찌감치 손을 뗀 것은 뚜껑을 열어본 엘피다의 상태가 기대보다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마이크론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점도 국내 업체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 마이크론은 그간 대규모 M&A에 현금을 동원해본 경험이 없다.
반면 인수금액으로 예상보다 30% 정도 높은 4조5000억원을 써냈다. 2월 기준으로 마이크론의 현금성 자산은 20억달러(2조3000억원)선이다. 엘피다의 부채도 6조원이 넘는다. 당연히 재무적으로 부담일 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합병 과정 자체가 지체되고 엘피다에 대한 투자도 그만큼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업체가 투자없이 1년을 지난다는 것은 사실상 경쟁력의 상실을 의미한다”면서 “시간이 지체될 수록 합병의 시너지는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합병후 시너지도 예상만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마이크론의 작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11.6%. 엘피다는 13.1%를 차지했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합병후 양사의 시장점유율이 SK하이닉스(23%)를 근소한 차로 앞서게 되지만, 실제 점유율은 그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 1+1=2가 아니라는 게 과거의 메모리시장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러차례 증명됐다”면서 “양측의 합병되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직의 측면에서도 양사가 시너지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마이크론의 D램 공장은 미국 유타에, 엘피다의 공장은 일본 히로시마에 있어 운송비, 구매력 등의 비용절감도 기대하기 어렵다. 마이크론이 고용을 승계하기로한 일본의 엔지니어들이 미국의 조직문화와 무던히 결합할지도 변수다.
물론 시장이 빅3로 재편되면서 중소업체들을 퇴출시키기 위한 치킨 게임이 강화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는 물론 업계 전반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바닥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던 D램 가격이 다시 횡보세를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와의 싸움에 힘이 될만한 매력있는 매물이 당장 눈에 띄지 않는 다는 점이 아쉽다. 전문가들은 살만한 대형업체가 사라진 만큼 SK하이닉스가 NAND 분야 경쟁력을 높이고 비매모리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컨트롤러 업체 등의 인수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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