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안보 이슈와 경제 현안이 논의되는 미국과 중국간 고위급 대화채널인 전략경제대화의 사단이 다른 곳에서 터졌다.

전략경제대화 직전 중국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 사태가 터지면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3일 개막한 전략경제대화에서 중미 양국은 경제 논의에 앞서 인권 문제를 놓고 한껏 날을 세웠다.

“중국과 미국은 국가 사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모든 문제에서 의견 일치를 볼 수 없다.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후진타오 국가 주석은 이날 개막식에서 상호 존중을 축사 주제로 선택했다. 이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모든 정부가 시민들의 존엄과 법의 지배에 대한 열망에 답해야 한다고 미국은 믿고 있다”며 “어떤 나라든 이런 권리를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국 모두 천광청 이라는 이름을 단 한자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의 신병 처리를 둘러싼 인권 문제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셈이다.

가택 연금에서 탈출해 미국 대사관의 보호를 받다가 2일 중국 체류를 발표하면서 해결 기미가 보였던 천광청 사태는 3일 그가 신변 위협을 이유로 미국 망명을 강력히 요청하면서 급반전 됐다.

천 변호사 문제로 전략경제대화가 인권 공방전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 물밑 합의를 봤던 양국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순간이다. 특히 천 변호사가 미국 CNN방송과 AP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마저 나왔다. 미국이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인권을 포기했다는 논란이 일면서다.

천 변호사가 중국을 방문 중인 힐러리 국무장관의 비행기편으로 중국을 떠나고 싶다는 뜻까지 밝힌 상태여서 미국의 입장은 더욱 난감하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이번 전략경제대화에서 화합을 화두로 내세웠다. 다이빙궈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중국과 미국이 세계 주도권을 다투는 ‘G2’가 ‘C(cooperation)2’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호 공존과 공동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그의 C2론은 이번 천광청 사태를 중국 내부의 문제인 만큼 미국이 중국의 상황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천광청이 미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만큼 그의 미국행을 성사시키고자 중국에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이며 중국은 기존의 태도대로 인권개선 요구는 “내정간섭”이라며 일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양국은 경제 문제에 있어서도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위안화 절상 문제에 대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추가 절상과 환율 결정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고, 왕치산(王岐山) 중국 부총리는 “미국은 자신의 내부 일부터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며 맞받았다.

중국의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은 미국이 첨단기술 제품 2400여개 품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것이 중미 무역불균형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수출제한 해제를 요구했다.

양측간 해묵은 갈등인 위안화 환율 문제에 대해 미국은 계속 추가 절상을 요구하며 공세를 펼칠 것으로 전망되며, 중국은 환율 결정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미국 측에 첨단기술제품 수출제한 해제와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지위 인정, 각종 반덤핑 관세 등 보호무역조치 철폐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제 개혁 문제에 있어서는 적극성을 띄며 유연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익명의 미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중국이 자국 소비자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하는 반면 국유기업의 역할을 축소하는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논의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