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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아침에 악마로…“60대 비스토 차주, 동물 학대 없었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악마는 없었다. 그럼에도 하루아침에 악마로 몰리고 말았다.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던 ’악마 비스토‘ 사건을 수사한 부산 연제경찰서는 차량 주인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동물학대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부산 토곡에서 수영구 망미동 방면으로 가는 길에 비스토 차량이 그레이하운드 경종을 뒷부분 견인 고리에 묶어 달리고 있는 영상과 사진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최근 불어진 ’악마 에쿠스‘ 사건에 이어 등장한 동물학대 추정 영상을 제보받은 동물사랑실천협회는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이에 지난 1일 문제의 비스토 차량 차주를 피진정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당시 차량을 운전한 A(64)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5시께 11개월 된 자신의 그레이하운드 견종을 차량 뒷부분 견인 고리에 묶어 서행하며 집에서 700m가량 떨어진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까지 이동했다. 이때 찍힌 사진이 바로 ’악마 비스토‘사건으로 비화되며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불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A씨가 반려견을 차량에 묶고 이동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신부전증으로 혈액투석치료를 받고 있는 A씨는 친구가 키우던 그레이하운드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자 그중 한마리를 분양받았다. 혼자 살고 있는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사진이 찍혔던 이날은 A씨가 자신의 그레이하운드를 어미개와 만나게 해주기 위해 친구의 식당을 찾아가는 길이었는데 약간의 문제가 벌어지고 말았다. 최고 주력시속 70km로 경주견으로 애용되는 그레이하운드가 뒷좌석에 타자 구토를 하는 등 극도의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고 힘들어했던 것이다.

결국 A씨는 개 목줄을 차량의 견인 고리에 묶고 이동하기로 했다. 이 판단은 수많은 오해를 불러왔지만 당시로서는 개를 위한 선택이었다.

A씨는 이에 집 앞 이면도로 400m를 이동할 때는 어른 빠른 걸음 정도로 최대한 서행했고, 병무청 앞 6차로 간선도로 200m 구간을 지날 때는 시속 20∼30㎞ 정도로 차를 몰았다.

경찰이 A씨의 개를 검진한 결과 외부 상처나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경찰서에 출두할 때 자신의 개를 차량 뒷좌석에 태우고 왔는데, 차 안 곳곳에 개의 토사물이 발견됐다”며 “개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보여 차에 매달아 이동했다는 A씨의 증언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등 동물 학대 흔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이 누리꾼들이 공분을 샀던 또 한 가지는 바로 인터넷에 올린 해명글 때문이었다. 비스토 차량의 주인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내 개를 갖고 내가 훈련시키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글을 올리며 최근 물거진 일련의 동물학대 사건들(악마 에쿠스, 철근 악마 등)과 더불어 국민적 분노를 사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역시 경찰의 확인 결과 전혀 다른 대상이 쓴 낚시성 허위글로, 이에 대해 경찰은 “A 씨는 인터넷을 할 줄도 모르고, 집에는 컴퓨터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A씨는 당시 찍힌 사진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온라인상에서 ‘악마”로 매도됐지만 정작 본인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온 사건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평범한 60대였다.

결국 ’악마 비스토‘로 불렸던 이 사례 역시 엉뚱한 마녀사냥 피해자를 불러올 뻔한 사건이었다. 물론 동물사랑실천협회를 통해 공개된 사진만 본다면 동물학대 게시물로 추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관계는 물론 사건의 정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벌떼처럼 달려들어 공분만 일으켰던 이번 사건은 ’된장국물녀‘ ’버스무릎녀‘ 등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마냥사냥의 답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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