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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를 보려거든 옷을 벗으시오!" 호주현대미술관의 이색전시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지난 금요일(4월 27일), 호주 시드니의 현대미술관에서는 옷을 홀딱 벗은 일군의 나체 관람객들이 전시실 입구에 서 있었다.

작가 스튜워트 라인홀트(Stuart Ringholt.40)는 꾀죄죄한 검은 옷에, 기이하게 생긴 납작모자를 쓰고 나타나 “어떤 분들이 누드 커뮤니티에서 오셨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몇명의 나이 지긋한 남성들이 손을 치켜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불안, 초조하신 분 계신가요?"

지난 18개월간 5600만달러를 들여 리뉴얼작업을 단행하고, 3월말 재개관한 호주 현대미술관이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개념미술가이자 행위예술가인 스튜워트 라인홀트 때문이다. 그는 이 미술관에서 나체관람 퍼포먼스를 이끌고 있다. ‘작가 라인홀트와 함께 하는 미술관 관람’이란 타이틀로 저녁 6~8시에 열리는 특별 투어에 참가하려면 옷을 모두 벗어야 한다. 그리고 성인에 한해 참여할 수 있다. 투어를 이끄는 작가 자신도 물론 옷을 벗는다.

라인홀트는 이미 호주의 미술관 세곳에서 똑같은 퍼포먼스를 시도한바 있다. 나체로 미술관 투어에 참여했던 한 관객은 "놀랍고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인간은 옷을 입고 있을 때는 성적으로 이리저리 규정되곤 하지만, 옷을 벗었을 때는 오히려 그렇지 않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 투어에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참여하는데, 여성의 수자는 남성의 절반, 내지는 그 이하 수준이다. 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미술관이 고용한 보안요원들이 일군의 나체 관람객을 뒤따르는데, 업무 중인 그들은 유니폼을 착용한다. 반면에 미술관 직원들의 경우 처음엔 옷을 입고 참여하지만, 하루 이틀 지난 후에는 여타 관람객처럼 옷을 벗고 참여하고 있다.

작가는 "미술관의 폐쇄회로TV용 카메라가 보안상의 이유로 여러분의 모습을 녹화하고 있는 점을 정중히 사과드린다. 녹화 필름은 석달간 보관된다. 물론 그 석달간 보안요원들이 그 필름을 감상할지 어쩔지는 내 소관이 아니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yrlee@heraldcorp.com

사진은 나체 관람객들이 로버트 오웬스의 “Sunrise #3”이라는 벽면회화 작업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 (사진=마크 위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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