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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陳, 중국 탈출 간절히 원한다”
가족폭행 위협에 입장 선회…‘천광청 거취’ 새 국면
“美, 대사관 떠나라고 회유
생명의 위협 느끼고 있어
가족과 함께 망명 도와달라”
CNN·AP통신 등 보도

“체류 결정” 美발표와 달라…양국관계 또다시 갈등 예고



신변 위험에도 불구하고 중국 체류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던 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권 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의 거취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일 미국 대사관에서 자발적으로 나온 후 중국 체류를 결정했다는 미국 측의 발표와 달리 그가 중국 탈출을 강하게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그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국에서 빠져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ㆍ미 관계에 또 한 차례의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가택연금 상태에서 탈출한 천 변호사는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의 보호를 받다가 2일 갑자기 대사관을 나와 베이징 차오양병원에 입원했다.

이날 미국 정부는 천 변호사가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적이 없다”면서 중국 체류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대사관에 있을 때 그와 함께했던 미국 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천광청이 중국에 체류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천광청은 가족들과 다시 만나길 원했고, 중국 내에서 교육을 받을 기회를 추구하며 자신의 일을 지속하길 원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CNN과 AP통신 등 주요 외신과 인터뷰한 내용은 미국 정부의 주장과 달랐다.

천광청은 “당초 중국에 잔류하기를 희망했으나 이제는 가족의 안전이 우려된다”면서 “가족들과 함께 중국 밖으로 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천 변호사가 “중국 체류는 순전히 협상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천은 “미국 대사관이 나에게 대사관을 떠나라고 회유했으며 병원에 있을 때 미국 관리가 함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병원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천은 “미국에 실망을 느낀다”면서 “중국을 당장 떠나고 싶다. 만약 중국에 남게 되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하소연 했다. 그는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우리 가족과 (중국을) 떠날 수 있도록 무엇이든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미국 대사관을 떠난 뒤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어 CNN의 스탠 그랜트 특파원은 3일(한국시간) 새벽 4시께 병실에서 천 변호사의 부인이 침상 곁을 지키는 가운데 천 변호사를 인터뷰했다면서 오디오 클립 2건도 공개했다.

그랜트 특파원은 “그(천광청)는 자신이 대사관을 떠날 당시 외부의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몰랐으며 위협에 대해서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아내에게 가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몰랐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천 변호사는 또 CNN에 중국 관리들이 “당신이 대사관에 머문다면 우리는 당신의 집에 무기를 갖추고 여기서 당신의 아내와 가족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그랜트 특파원이 전했다.

AP통신도 “대사관을 떠나지 않았으면 중국 당국이 아내를 때려 죽였을 것이라는 말을 미국 관리로부터 들었다”면서 “나와 내 가족들이 안전하게 떠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ㆍ미 전략경제대화를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일 중국과 미국이 천 변호사가 안전한 장소에서 고등교육을 더 받는 데 합의했다고만 밝힌 상황이다.

천 변호사가 미국 대사관을 떠나기로 한 것이 자발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의문이 커지면서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천의 안전을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희라 기자>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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