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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광청의 목숨 건 탈출…中인권문제 다시 수면위로
산아제한등 비판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美대사관으로 피신
지도부 권력암투 이어 국가 이미지 실추 우려



가택 연금 중이던 중국의 시각장애인 변호사 천광청(陳光誠ㆍ41)의 탈출과정은 극적이라 한 편의 영화 같다. 철통 감시를 뚫고 산둥 성 린이 시 둥스구(東師古)를 빠져나왔고 무려 230㎞를 달려 26일 베이징에 있는 미국 대사관 피신에 성공했다. 살인 누명을 쓴 주인공이 극적으로 탈옥에 성공하는 영화 ‘쇼생크 탈출’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중국 네티즌들은 쇼생크 탈출 포스터에 천광청의 뒷모습을 합성해 ‘둥스구 탈출’이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관련기사 8면

영화 같은 그의 탈출기는 한 방에 중국의 여러가지 문제를 수면 위로 부각시키면서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2월 왕리쥔(王立軍) 충칭 시 공안국장이 청두(成都) 주재 미국영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요청하며 중국 권력 내부 암투가 생생하게 드러난 데 이어 이번에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문제가 부각된 것이다.


천광청은 비인간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비롯한 중국의 반(反)인권 실태를 끈질기게 비판해 국제적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2006년 타임 지 선정 ‘세계 100대 영향력 있는 인물’로 뽑히기도 했다. 그는 4년3개월간 감옥생활을 하다 2010년 석방된 이후 고향인 산둥 성 가택에 연금돼 왔다.

그는 탈출 후 27일 인터넷에 원자바오 총리에게 보내는 동영상을 올리고 정법위의 인권 탄압을 까발리며 가족의 신변 안전을 요구했다.

현재 중국 당국이나 매체에서는 천광청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왕리쥔에 이어 천광청마저 미국 공관으로 피신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때 야기될 수 있는 중국인들의 인권개선 요구나 국가 이미지 저하 등을 우려해서다.

천광청 탈출 사건은 미국과 중국의 외교에도 큰 파장을 던지고 있다. 왕리쥔의 망명을 거부하면서 ‘저자세 외교’라는 한 차례 비난을 받은 미국은 지난달 29일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를 베이징으로 급파했다. 3, 4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ㆍ중 연례 전략 및 경제대화 일정을 앞당겨 도착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그의 신병처리를 놓고 깊숙한 물밑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가 중국의 강력한 요구에 눌려 중국당국에 넘겨질지, 아니면 미국 대사관에서 피신생활을 하다 결국 미국으로 망명한 팡리즈(方勵之)의 사례처럼 국외로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희라 기자>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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