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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는 “서민 서민하는데”…정작 국가기관은 외면하나
[헤럴드경제=김양규기자]경기도 포천시에 사는 이모씨(53세). 이씨는 그 동안 운영해왔던 사업체가 파산해 모든 재산을 날렸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돈 한푼 못 건진 그에게 닥친 불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 동안 밀린 종합소득세 탓에 보험금을 압류 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관할 소재 세무서는 그에게 보험금을 압류키로 했다며 압류 통보서를 발송했다.

총선에 이어 대선을 앞둔 정부와 국회는 너도 나도 할 것없이 ‘서민정치’를 하겠다며 각종 서민지원 정책을 줄기차게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국가기관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법무부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해 생계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예금 및 치료비 등을 목적으로 한 초소한의 보장성 보험금에 대해서는 압류를 하지 못하도록 한 민사집행법 시행령을 개정안 입법예고해 시행하고 있다.

법 개정안 마련 취지는 서민들이 최소한 경제적 부담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주기 위한 차원이다. 즉 채권자로부터 채무자의 권익을 최소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보험의 경우에만 보더라도 채권자가 채무상환을 위해 보험 계약을 강제로 해지할 수 없고,보험금도 압류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가기관인 국세청은 수개월 동안 해당 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보험금 압류권한을 행사하는 등 초법적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보장성보험은 향후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질병 등에 대비해 치료 또는 수술시 발생하는 금전적 부담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무부가 민사법을 개정해 압류하지 못하도록 한 것도 이를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암 등 치료에 필요한 보험금을 압류한다는 건 (수술받지 말고) 그냥 죽으라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정부와 국회에서는 온갖 서민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이율배반적인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난감하기 짝이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법 개정 과정에서 양쪽 법이 상충되는 등 법 체계의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해 당시 국세청에 국세징수법이 일부 조항에 대해 개정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수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변화가 없다.

법무부 한 관계자는 “지난해 법 개정시 법 체계를 맞출 필요가 있어 국세청에 (국세징수법을)개선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며 “(아직 이렇다할 변화가 없어)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종합개선방안을 검토,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보험금 압류 등에 따른 피해 사례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며 “(서민들의 최소한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현재 개선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말했다.

kyk7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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