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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재 3600점 해외 밀반출
일반가구로 둔갑 공항·항만 검사 무사통과…수억원 챙긴 일당 24명 검거
특별한 직업 없이 동사무소에서 제공하는 소일거리를 하며 지내던 A(52)씨. 지난 2009년 중국에 있던 자형(姉兄) B(42)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국내 고서적을 중국으로 몰래 보내 주면 건당 80만원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문화재 매매사이트에서 10만5500원을 지급하고 동산문화재인 목판본 고서적 ‘공부자성적도속수오륜행실’을 구입했다. 소포용 박스에 담아 우체국 국제택배(EMS)를 이용해 중국으로 보냈다. 인천공항 국제우편물류센터 화물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고서적을 신문지로 포장한 후 일반서적 사이에 끼워 넣었다. 국제택배를 이용해 국내 동산문화재를 해외로 밀반출 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지만 A씨는 개의치 않았다.

A씨가 이런 수법으로 200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년여 동안 129회에 걸쳐 넘긴 국내 고서적은 무려 3486점. 금액적 가치로는 2억원이 훌쩍 넘는다. 수천점의 국내 문화재가 해외로 빼돌려졌지만 지난해 12월 전까진 공항 보안검색대에서 단 한번도 적발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공항이나 항만을 통해 국내 동산문화재 수천점을 밀반출한 혐의(무허가 일반동산문화재 반출 등)로 24명을 검거, 이중 국내에 거주하는 A씨등 22명을 불구속입건하고 조선족인 B씨 등 2명을 기소중지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이 중국 및 일본으로 넘긴 고서적, 목공예, 토기 등 문화재는 3589점에 달한다.

일반동산문화재는 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 중 동산에 속하는 문화재로 서적, 공예품 등 역사상 예술적 보존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의미한다. 일반 동산문화재를 밀반출 할 경우 문화재보호법위반 혐의로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국내로 되찾아 오는 것도 쉽지않다. 그런데 국내 문화재 수천점을 해외로 밀반출하려 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고서적, 고가구, 고미술품 등이 포함돼 있다. 26일 오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해외로 밀반출될 뻔했던 국내 문화재 등이 전시돼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목공예나 토기 등 고서적에 비해 부피가 큰 문화재는 일반가구로 둔갑돼 국제화물로 부산항을 빠져나갔다. 경찰에 따르면 문화재 매매업자 C(64)씨 등 20명은 지난 2005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 동대문구, 중구 소재 문화재 매매업소에서 목공예와 토기 등 문화재 100점을 구입해 국제화물 형태로 중국과 일본으로 밀반출했다. 이들은 반닫이 등 목공예품과 토기류 등을 나무상자에 포장했다. 물품 운송장엔 ‘가구류’로 적시했다. 화물에 대한 심사가 육안 확인 절차 없이 관세사의 서면심사로만 이뤄진다는 점을 악용했다.

경찰은 이들이 국외로 밀반출한 문화재 3589점 중 74점을 회수했다. 회수된 문화재 중에는 조선후기 학자 한원진이 주희의 논설을 변정한 고서적 ‘동이고’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조선 정조 때 규장각에서 간행된 ‘어정주서백선’등 나머지 수천점의 문화재 등은 해외에서 2차, 3차 유통된 탓에 회수가 불가능한 상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어정주서백선은 활자본과 목판본이 모두 간행돼 한국의 여러 판본 중 가장 정교하고 문장이 정확한 서적이다.

<박수진ㆍ민상식 기자>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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