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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켜줘도 안해”…계륵(鷄肋)된 공기업 사장 자리
[헤럴드경제= 윤정식 기자]정권말 정부 산하 공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대선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사장을 교체해야 하는 곳이 무려 15곳에 달해 상황에 따라서는 사장 공백 사태도 예견되고 있다.

적합한 인물로 거론되는 유력인사들이 정권교체시 단명(短命)할 것을 우려해 자리에 눈길을 주지 않고, 그렇다고 중책을 맡는 자리에 아무나 앉힐 수도 없어 정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헤럴드경제가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 등 정부 각 부처 산하 공기업 사장들의 임기를 조사한 결과 하반기 사장 교체를 앞둔 공기업들은 공항공사, 가스공사, 남동ㆍ동부발전, 석유공사, 관광공사, 수자원공사, LH 등 12곳에 달한다. 이보다 앞선 5~6월에도 3곳의 공기업 수장의 임기가 끝난다.

현재 사장 후보자를 접수중인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는 현 이승우 사장의 임기가 내달 25일까지다. 하지만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한채 예보는 후보자 접수 기한을 두차례나 미뤘다. 금주에 치러질 예정이던 임원추천위원회도 자연스레 미뤄질 전망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변정일 이사장과 한국전력기술 안승규 사장은 각각 내달 7일과 23일로 임기가 끝나 예보보다도 더 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인물난으로 신임 사장 선임이 지연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현 수장들의 연임을 추진중이다.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현재 사장추천위원회가 가동돼야 하지만 이미 현 사장의 연임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업무의 중요도를 감안,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재 사장이 물러나봤자 오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평상시라면 정치인과 공무원들 사이에 장ㆍ차관 다음으로 인기있는 공기업 사장 자리가 이렇게 비인기 직종이 된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금 공기업 사장으로 임명되면 올해 말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내년 초 사장 자리를 내놓아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경부 고위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공기업 사장은 큰 실책이 없다면 3년의 임기를 보장 받을 수 있는 ‘알짜’ 자리지만 현 정부에서 지금부터 새로 임명되는 사장들은 임기를 6개월도 못 채울 수도 있어 서로 기피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정치색이 명확하지 않은 고위 공무원들의 경우 오히려 잠깐 ‘사장’ 자리에 올랐다가 다음 정권 내내 ‘MB맨’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지내야 하는 부담된 자리가 될 수 있어 말 그대로 ‘계륵(鷄肋)’ 자리가 된 것이다.

지난 2월 새 인물을 채워넣어야했던 방송통신위원장과 청와대 정무수석 인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요직중의 요직임에도 아무도 오지 않으려한 끝에 결국 72세 고령의 이계철 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이사장이 방통위원장을 맡았고,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여당 텃밭인 경남에서 김두관 현 지사에게 패한 이달곤 전 행안부 장관이 정무수석으로 발탁됐다. 현 정부의 인물난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다 내려졌던 바 있다.

하지만 공기업들이 추진 중인 여러 중요한 국책 사업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무려 15개나 되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한꺼번에 공석으로 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기업 사장은 “일단 임기가 10월쯤 되는 곳들은 조례에 따라 사장이 임기를 3개월 가량 연장할 수 있어 문제가 안되지만 일부 공기업들은 사장 공석 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하반기 임기만료되는 공기업 사장들>

기관명 사장 임기 만료일

한국공항공사 성시철 8월13일

인천공항공사 이채욱 9월21일

부산항만공사 노기태 7월16일

남동발전 장도수 10월27일

동서발전 이길구 10월27일

한국석유공사 강영원 8월18일

한국지역난방공사 정승일 9월27일

한국가스공사 주강수 8월5일

한국관광공사 이참 7월29일

광물자원공사 김신종 7월29일

한국수자원공사 김건호 7월27일

LH공사 이지송 9월30일

자료: 각사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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