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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지원, 영화와 드라마에 ‘통일’을 새겨넣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부산에서 평양까지’. 영화에선 남녀(南女), 드라마에선 북녀(北女)다. TV에선 가상의 입헌군주국인 남한의 국왕과 결혼하는 북한 특수부대여성장교역을 맡아 남남북녀 로맨스의 주인공이 됐고, 영화 속에선 남북 스포츠 단일팀의 대표선수로 역사 속 실존 인물이 돼 이념을 넘어선 우정을 보여준다. 부산사투리와 표준어, 북한말을 오가며 언어로나마 분단의 장벽도 넘었다. 이쯤 되면 민족화해의 상징, ‘통일의 꽃’으로 불려도 손색없다. 배우 하지원이다.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서 북한여성 역을 맡아 인기를 끌고 있는 하지원이 TV방영 중 개봉(5월 3일)하는 영화 ‘코리아’에선 대한민국 체육사의 상징인 현정화 역으로 호연을 보여줬다. 톱스타여배우가 비슷한 시기에 관객과 시청자를 만나는 작품 2편에서 남측과 북측 여성을 동시에 연기하기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코리아’가 개봉을 앞두고 지난 16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대규모 시사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영화는 분단 후 남북 스포츠사상 처음으로 결성된 남북단일팀이 국적명 ‘코리아’, 국가 ‘아리랑’, 국기 ‘한반도기’를 내걸고 출전,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중국을 누르고 우승한 역사적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하지원이 현정화, 배두나가 당시 북측 대표선수인 리분희 역할을 맡았다. 현정화와 리분희는 여자탁구 단체전 결승에서 복식조로 출전, 중국을 누르고 처음이자 마지막인 ‘코리아’의 역사적인 우승을 이끌어냈다. 


‘일 없습네다’ ‘지금 남조선 동지래 절 이케 생각하디요? 빨갱이년이 분위기 맞추자, 잘도 꽝포(거짓말) 치누나 생각하디요?” 등 드라마에선 북한말을 거침없이 구사하던 하지원은 영화에선 부산출신의 현정화를 연기하면서 경상도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극중 고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와 병석에 누운 탁구인출신의 아버지와 함께 하는 장면에선 반드시 부산사투리다. 국가대표로 소집돼 북한 선수들과 고락을 함께 할 때는 또박또박한 표준말로 남북단일팀의 중심이 된다. 


드라마 속에서 쓰던 북한말은 영화에선 리분희 역의 배두나 몫이 됐다. 배두나는 흔들림없는 카리스마와 탁월한 존재감을 표정과 몸짓, 냉철한 억양의 북한말에 담아내며 조국(북한)에 대한 충성심과 탁구에 대한 열정, 분단의 장벽을 넘어선 현정화와의 우정을 표현해냈다. 이들에게 탁구를 지도한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은 “배우의 개성과 연기 스타일을 보자면 하지원은 안정과 균형을 지향하는 반면 배두나는 ‘전진 속공형’”이라고 말했다.

남북의 정치논리로 급작스럽게 단일팀이 결성되고 남북선수들이 어색하고 험난했던 신경전 끝에 단 46일만에 코리아가 중국의 거대한 벽을 넘어 기적의 우승을 일궈내기까지의 과정을 하지원과 배두나는 빼어나게 이끌었다. 홀로는 넘지 못했던 거대한 산을 남북이 힘을 합쳐 넘었다는 통일과 승리의 드라마를 완성도 있게 그려낸 ‘코리아’는 시사회에선 관객들의 적지 않은 눈물을 자아내며 호평을 받았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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