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해품달’ 허염에서 배우 송재희로 돌아와..
인기리에 종영한 MBC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의 꽃미남 선비 허염. 알고 보니 데뷔 14년 차 무명 배우의 설움을 안고 있었다.

“14년 동안 못했으니까, 앞으로는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일을 꽉꽉 채워서 하고 싶어요.”

너무나도 바른 마음을 가진 이 배우, 오죽하면 자기 자신이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인정했다.

최근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배우 송재희와 그동안 꼭꼭 숨겨왔던 마음속 이야기를 나눴다.

# 한 배우의 인생을 바꿔놓은 ‘해품달’

송재희가 연기자로 데뷔한 것은 지난 1998년 부터다. 그의 시작은 순탄하지 못했다. 계속되는 좌절의 순간과 오디션 탈락.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워낙 제 역할 비중이 적다보니 작품을 같이 한 배우들도 기억하지 못하더군요. 기회는 반드시 온다는 생각에 그동안 꾸준하게 밀어붙였지만, 해가 갈수록 나이도 들어가고 경제적인 문제도 피부로 와닿았어요. 결국 모든 걸 내려놓으려고 했었죠.”

하지만 하늘은 아직 이 배우를 원했다. 그에게 우연하게 찾아온 ‘해품달’ 오디션의 기회.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오디션에 참가해서였을까? 그는 당당히 ‘해품달’의 허염으로 캐스팅됐다.

“여태 여러 작품을 하면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은 ‘해품달’이 처음이에요. 이렇게 많은 대사와 비중이 높은 역할은 처음이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제일 후회 되요.”

그렇다면 송재희가 매기는 ‘해품달’ 속 자신의 모습은 몇 점 정도나 될까?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 만점에 40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준비한건 100개 정도 되는데 그 중 40개 밖에 못 보여드렸거든요. 절실했던 만큼 더욱 매달리고 준비했었어요.”

아쉬움이 많은 만큼 어려웠던 점도 이에 기억에 남는 점도 많으리라 예상된다.

“촬영을 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은 극중 허염의 아역으로 나왔던 (임)시완이와의 비주얼 차이었어요. 아역 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한데다가 저랑 시완이를 보면 한 눈에 봐도 나이차이가 많아 보이잖아요. 자신 있게 제 역할에 충실했으면 됐는데 너무 제 자신을 가둬놨던 것 같아요. 아직도 ‘해품달’로 인터뷰하는 배우는 저밖에 없나요? 하하”

한 팬이 그에게 남긴 SNS 서비스의 글은 송재희의 생각을 바꿔놓게 됐다.

“어떤 분이 저에게 ‘당신 때문에 웃는 사람이 있고, 행복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나에게 당신은 고마운 사람입니다’라는 글을 남겼어요. ‘내가 해야 될 일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진심으로 하게 해준 그분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이렇게 한 편의 드라마와 한 명의 팬은 배우 한 명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버렸다.

# 자상? 내가 바로 진짜 남자다

송재희는 SNS 서비스를 통해 팬들과 소통을 활발히 하는 연예인 중 한명이다. 그는 최근 ‘난민’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게시함으로써 소신 있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SNS를 통해 올리는 글들은 어쩌면 제 자신에게 하는 말들이 많아요. 이렇게 공개적으로 선포해놓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이었죠. ‘난민’에 관한 글요? 저는 이렇게까지 큰 반응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가는 팔뚝을 속칭 ‘난민 팔뚝’으로 불리는 것에 대한 송재희의 소신 있는 발언이었다.

“일이 그렇게 커질 줄은 몰랐어요. 평소 고지식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소신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다행히도 ‘개념 발언’이라고 칭찬해 주시더군요. SNS가 큰 힘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이제는 많이 조심스러워져요.”

그의 독특한 이력 중에 하나는 해병 의장대 출신이라는 것이다.

“원래 공익근무요원을 배정받았었는데, 신체검사를 다시 받고 해병대에 갔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남자로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혼자서 무거운 것을 들 때나 힘든 운동을 할 때 군가를 불러요. 아직도 가끔 그때시절 앨범을 보곤 해요.”

조용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를 가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진한 남자의 향기를 담고 있었다.

# 진지함이 내 전부는 아니다

송재희의 남다른 취미 중에 하나는 바로 요리다. 친구들이 그를 ‘엄마손’이라고 부를 정도니 그 솜씨는 확인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요리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웬만한 한국음식은 다 만들 수 있어요. 친구들도 제 요리를 좋아해주더라고요. 여행을 다녀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대화를 하면 할수록 새로운 매력을 보이는 배우다. 그는 최근 SBS 수목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에 카메오로 출연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잠깐 등장해 제대로 보셨을지 모르겠네요. 극중 한지민 씨 맞선 상대남으로 나오는데, 무척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또 ‘해품달’에서 만났던 어린 양명 이민호 군과 같이 해서 더욱 재미있었어요. 극중 신하 3인방은 실제로도 정말 웃겨요.”

송재희가 ‘해품달’에서 명대사로 뽑은 “저도 행복해지려 합니다”라는 말처럼 이제 그도 행복해질 차례만 남아있다.

# 힘들었던 시간만큼...

‘해품달’ 종영 이후 송재희는 하루의 휴식 시간을 가진 뒤 곧바로 영화 ‘설해’에 대한 준비에 들어갔다.

“‘해품달’이 끝나고 ‘설해’ 촬영을 위해 바로 부산으로 내려갔다 왔어요. 박해진 씨의 절친한 친구이자 수영 코치로 등장해요. ‘설해’는 용기 있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저는 거기서 용기 있는 사랑에 대한 촉매제 역할을 맡았고요. 여기서 더 말하면 곤란하겠죠?(웃음) 나머지는 스크린을 통해 알려드릴게요.”

에너지 드링크를 먹어가면서 입안이 다 헐어서 아플지언정 그는 지금의 이 바쁨을 만끽하는 중이다.

그는 대화를 마치기 전 이 자릴 빌어 그동안 마음속에만 담아왔던 말을 남겼다.

“힘들었던 시간만큼 함께 있어준 회사 대표님과 실장님께 한번도 고맙다는 말을 못한 것 같아요. 이 자릴 빌어 꼭 한번 하고 싶어요. 친누나 같은 대표님과 친형 같은 이사님, 또 저를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요. 또 드라마를 통해 많은 사랑을 주신 팬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진 배우 송재희. 오랜 기다림 끝에 다가온 기회와 함께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활약할 그의 모습에 기대를 걸어본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ent@ 사진=로드포토스튜디오 김효범 작가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