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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도’ 이보영, 차분하지만 강하다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배우 이보영(33)은 단정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다. 지적이고 단아한 느낌도 난다. 이보영은 최근 ‘애정만만세'에서 기존의 청순한 이미지를 버리고 촌스러운 이혼녀 역할을 맡았지만 단정한 느낌이 잘 지워지지 않는다. 그동안 출연했던 드라마 ‘부자의 탄생'이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나 사극 ‘서동요'에서 맡은 선화공주나 모두 귀엽고 차분한 여성이었다.

이보영은 연기도 조용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존재감이 크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KBS ‘적도의 남자’에서는 차분히 연기해도 대단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한지원이라는 캐릭터의 힘과 물려 시청자를 몰입하게 하고 있다.

이보영이 맡은 한지원은 인간의 빗나간 욕망 추구의 희생자가 된 핍박받는 남자주인공 김선우(엄태웅)의 구원자다. 겉으로는 자신을 밀어내는 선우의 진심을 알기에 13년을 기다렸다. 자신을 계속 피하는 선우를 만나기 위해 마사지 받는 손님으로 가장한 이보영이 엄태웅에게 했던 ‘백허그'는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다. 


지원은 선우에게 “나야말로 돈 많고 근사한 남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눈에 안 보인다. 나도 이상하다. 이런 게 사랑 아니냐?”고 묻는다. 사랑의 힘은 이렇게 위대하다.

이보영은 억울하게 아버지를 잃고 실명까지 했던 엄태웅을 사랑하고, 자신을 좋아하는 출세 지향의 특수부 검사 이준혁(장일 역)을 밀어냄으로써 단순히 복수극에 일조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감성의 힘을 언뜻언뜻 느끼게 한다는 점이 이보영과 그의 캐릭터 한지원을 크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보영이 엄태웅에게 ‘백허그' 할때 묻어나는 애틋함이나, 진심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준혁에게는 “우리는 친구로도 못지내겠네”라고 말하는 그 상황을 보는 게 더 재미있다는 말이다.

한때 아버지가 회사 대표이사로 부잣집 딸이었다가 망한 한지원은 유능한 호텔리어로 성장해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상사의 비리를 지적하다 누명을 쓰고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무늬만 호텔리어'가 아니다. 가만히 앉자 무작정 엄태웅만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충분히 있다.

이보영과 엄태웅의 13년만의 재회에 이은 본격 로맨스가 쉽게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기다려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긴 엄태웅의 편지를 간직하고 있는 이보영이나, 지원이 녹음한 헤밍웨이의 소설을 기억하고 지원을 ‘헤밍씨’라 부르는 엄태웅이나 마음만은 이미 ‘연인'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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