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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살린 김인영 작가
그 흔한 아이돌 스타가 없다. 고가의 셋트도, 화려한 컴퓨터그래픽도 없다. 연출과 극 만으로 흡인한다. 그런데도 강도는 세다.

KBS 2TV 수목극 ‘적도의 남자’ 덕에 지난 1분기 드라마 농사를 망친 KBS의 기가 살아났다. 지난 18~19일 ‘적도의 남자’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경쟁사 드라마를 따돌린 건 극 중반으로 접어든 9회만이다. 20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적도의 남자’는 1회 7.7%(이하 전국 기준)로 동시간대 ‘꼴찌’로 출발해 9회 12.0%까지 꾸준히 올랐다. 19일 방송한 10회에서 13.0%로, 또 1%p 올랐다.

올 들어 편성한 월~목요일 주중 연속극 가운데 KBS의 시청률 1위는 이번이 처음. KBS는 지난 1월 종영한 ‘브레인’ 이후 내놓은 드라마는 모두 참패했다. 월화극 ‘드림하이2’ ‘사랑비’ 수목극 ‘난폭한 로맨스’ 등이 시청률 5~9%에서 죄다 ‘꼴찌’다. 이렇다보니, KBS 드라마국은 애가 탔다. 드라마국 관계자는 “‘난폭한 로맨스’는 비싸게 산 작품이 아니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드림하이2’는 시즌1이 워낙 잘 되어서 기본 10%는 해줄 줄 알았다. ‘사랑비’는 윤석호 감독작에 한류스타 장근석, 윤아 주연이라 기대치가 더 있었다”고 설명했다.

‘적도의 남자’를 집필한 김인영 작가는 전작 ‘태양의 여자’에서도 첫회 시청률 7%에서 시작해 중반 10%를 넘어 마지막회에선 27%로 끝을 본 적이 있다. 이번과 비슷하다. ‘적도의 남자’는 아버지의 사망사건을 파헤치다 친구의 배신으로 시각을 잃은 남자(엄태웅 역)의 복수극이다. 언뜻 뻔하고 무거운 남성적 드라마일 것 같다. 하지만 섬세한 심리 묘사, 문학적인 대사 등은 여성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탄탄한 취재가 바탕이 된 장애인의 삶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매우 사실적이고 신선하다. 엄태웅은 불꺼진 방에서 비장애인인 여자(이보영 역)에게 점자 책을 소리내어 읽어준다. 아름다운 싯구가 여성 시청자의 가슴을 파고드는데, 이 점자책이 알고보니 경락 관련 내용이었음이 밝혀지는 장면에서 또 한번 감동을 주는 식이다. 또 ‘뒷목’, ‘발끝’으로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압축적 화면, 허를 찌르는 장면 전환 등 간결한 연출미도 돋보인다.

‘적도의 남자’로부터 기를 받은 KBS는 이 참에 5월 드라마의 흥행도 자신하고 있다. ‘사랑비’ 후속으론 ‘홍자매’ 작가의 ‘빅’, ‘적도의 남자’ 후속으론 허영만 만화 원작의 ‘각시탈’이 대기 중이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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