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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장인이 만든 ‘은수저’, 알고보니 ‘구리수저’?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구리와 니켈로 만든 가짜 은수저를 백화점 및 서울 종로 귀금속 상가에 진짜 은수저로 속여 판매해 1억5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가족 사기단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30년 은수저 장인으로 일해온 남편이 가짜 은수저 제조책으로, 부인과 딸은 판매책으로 활동하며 상인 및 소비자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9일 가짜 은수저를 제조한 남편 A(71)씨와 이를 판매한 부인 B(64)씨와 딸 C(36)씨 등 가족사기단을 상습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가족은 주거지인 서울 서초구 소재 고급 단독주택 지하에 39.6㎡(12평) 규모의 비밀공장을 마련하고 은수저 제조를 위한 압축기, 금형틀 등을 갖췄다. A씨는 또다른 은수저 제조업자인 E(72)씨와 함께 이곳에서 구리ㆍ 니켈ㆍ 아연 등을 녹여 가짜 은수저를 제조했다. 이들은 은 함유량이 10-20%밖에 되지 않는 가짜 은수저를 은이 80% 이상 함유된 진품으로 둔갑시켰다. 은이 80% 함유되었다는 의미로 ‘Ag800’ 이라는 표기를 은수저에 새기는 방법을 이용했다. 이러한 수법으로 지난 2010년 11월부터 지난 3월말까지 2년여동안 제조된 가짜 은수저는 총 1300여벌에 달한다 

은이 10% 밖에 함유되지 않은 가짜 은수저를 개당 최고 20만원씩 받고 판매한 가족 사기단이 검거됐다. 사진은 (왼쪽부터)울퉁불퉁한 은수저는 제조 중간 단계의 모습, 가운데 두개가 가짜 은수저, 오른쪽 끝은 진짜 은수저다.

가짜 은수저는 부인 B씨와 딸 C씨에 의해 서울 종로 귀금속 상가 일대로 팔려나갔다. 모녀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가짜 은수저를 서로 마찰시켜 흠집을 내 중고 은수저인것 처럼 만들어 팔았다. C씨가 경기도 소재 모백화점에서 귀금속 매장을 운영하며 수시로 귀금속 제품의 수리 및 매입을 위해 종로 귀금속 상가를 방문했던 탓에 상인들은 이들이 건넨 은수저를 의심 없이 구매했다.

C씨는 자신의 매장에서도 가짜 은수저를 판매했다. 해당 은수저는 은이 80% 이상 함유돼있다고 표기됐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은 함량 비율이 5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 가족은 제조 원가 1만5000원짜리 은수저를 개당 최고 20만원 이상을 받고 판매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왼쪽이 진품, 오른쪽이 가짜 은수저다. 육안으로는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다. ‘Ag800’이라는 표기까지 새겨져있다.

경찰은 30여년 동안 은수저 제조일을 해온 A씨가 전문 기술을 이용해 진품과 유사하게 무게와 색깔을 맞추는 등 시약검사로도 판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가짜 은수저를 제작했다고 전했다. 또 중고 은수저는 순은(純銀)만 채취하기 위하여 다른 은제품들과 함께 녹인다는 점을 악용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 가족은 “은 값이 오르면서 매출이 떨어지다 보니 돈벌이가 예전같지 않았다. 가짜 은수저를 팔아도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할 것 같아 범행을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4월 현재 은 3.75g(1돈) 도매가는 4073원으로 지난 2010년 1월(2772원)에 비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은은 다른 귀금속에 비해 시세가 비싸지 않아 가짜라고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시약검사 등을 통해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지만 워낙 정교하게 제작된 탓에 직접 녹여 함량을 확인해보지 않는 이상 가짜 은수저임을 확인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 가족이 가짜 은수저를 판매한 곳이 추가로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할 예정이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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