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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과정 음모·배신으로 그려낸‘킹메이커’…선거의 해‘정치권력의 악마적 본성’엿볼 수작
바야흐로 세계적인 ‘정치의 계절’이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대만 러시아 프랑스 중국 인도 이집트 멕시코 베네수엘라 케냐 등 대선이나 정권 이양이 올해 이뤄졌거나 예정된 국가가 무려 20개국 이상이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남 톱스타이자 사회 참여파 엔터테이너인 조지 클루니가 감독한 영화 ‘킹메이커’는 ‘선거의 계절’에 더욱 특별한 영화다. 미국의 대통령선거 과정을 배경으로 민주당의 가장 진보적인 대통령 후보와 선거 참모를 주인공으로 최고 권력을 향한 암투와 음모, 배신, 스캔들을 그리고 있다.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는 잘생긴 외모에 안정된 가정으로 완벽한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며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물이다. 종교의 자유 지지, 기독교 근본주의 반대, 사형제 폐지, 주요 분쟁지역에서의 미군 철수, 평화외교 지지, 동성결혼 합법화, 낙태 찬성, 내연기관 자동차 감축, 부자들에 대한 증세 등 마이크 모리스의 정책과 이념은 민주당에서도 가장 ‘좌파적’이다. 


마이크 모리스 캠프의 스티븐(라이언 고슬링)은 언론을 쥐락펴락하며 대선가도를 성공적으로 이끌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치명타를 맞게 된다. 스티븐이 민주당의 또 다른 경선 주자 캠프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게 된 것. 마이크 모리스를 정치 마케팅의 ‘고객’으로서뿐 아니라 후보로서 신념과 인간성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던 스티븐은 상대 진영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선거운동 기간 중 상대 캠프의 최고 책임자와 비밀리에 회동한 사실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민주당 경선의 최대 스캔들로 비화할 위기에 처한다. 결국 해임된 스티븐은 이전부터 내연관계를 맺어오던 캠프 내의 여성 인턴으로부터 마이크 모리스의 치명적인 비밀을 알게 되고, 이를 미끼로 경선의 양 진영과 ‘거래’에 나선다.

‘킹메이커’에서 정치와 선거란 영원한 적도 아도 없는 권력 게임이며 음모와 협잡, 배신이 일상이고 섹스와 죽음도 멀지 않은 미스터리이다. ‘킹메이커’는 야심과 패기, 정의감까지 갖췄던 스티븐이 한순간의 오판으로 무너지는 과정과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벌이는 위험한 게임을 통해 정치의 악마적 본성을 흥미롭게 드러낸다. 마이크 모리스라는 도덕적으로 완벽했던 이상적 진보주의자의 마지막 결단도 엔딩 크레디트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도록 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킹메이커’와 쌍벽을 이룰 만한 작품으로 1992년작인 ‘밥 로버츠’가 꼽힌다. 가수 출신이자 입지전적인 기업가, 백만장자로 일약 스타 정치인으로 떠오른 미국 내 강경보수파 후보가 주인공이다. 그는 경제 비리와 부정 혐의, 범죄세력과의 결탁 의혹이 제기되면서 승승장구하던 대선가도에서 제동이 걸리지만 자작 가능성이 높은 저격사건이 발생해 회생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가수 출신이라는 점이나 저격사건의 피해자가 된다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여러모로 한국의 지난 대선을 떠올리게 한다. 밥 로버츠는 경기 후퇴가 ‘자유주의적 가치’, 즉 한국으로 보자면 좌파의 정치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보수주의의 회복을 설파한다. 거대 부호로 자수성가한 자신만이 경제를 회복시켜 국민에게 부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희망과 환상을 전하는 것이 그의 선거운동의 핵심적인 기치였다.

‘밥 로버츠’가 강경보수파를 주인공으로 한 반면, ‘킹메이커’는 미국 민주당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이념을 가진 후보를 무대의 중앙에 불러내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

라이언 고슬링과 조지 클루니를 비롯해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 폴 지아마티, 마리사 토메이 등 주ㆍ조연배우들의 화음이 멋들어지다.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 캠프의 ‘호프(HOPE)’를 연상케 하는 마이크 모리스의 ‘빌리브(BELIEVE)’ 포스터 등 실제 미국 대선과 정치계에서 참고한 장면들도 재미있다. 19일 개봉.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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