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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니스토리> 헤지펀드 빼닮아 가는 은행의 불편한 진실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요즘은 좀 뜸해졌지만, 지난 해 하반기만해도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이 꽤 높았다. 그런데 국내에 헤지펀드와 비슷한 수익구조를 가진 기업은 이미 존재한다. 바로 은행이다.

헤지펀드 특징을 세 가지로 압축하면 위험관리, 레버리지(leverage), 성과보수 등이다. 국내 은행들은 이를 모두 충족한다.

가장 먼저 위험관리를 보자. 헤지펀드는 공매도(short)를 통해 하락위험에 대비하는 게 일반적이다. 은행은 ‘담보’를 통해 위험관리를 한다. 빌려준 돈보다 담보가치가 더 크므로 돈 떼일 위험은 없다. 게다가 변동금리 대출로 금리변동 위험을 회피한다. 예대마진이 사실상 무위험 수익인 이유다. 정부가 은행업 인가를 규제하는 과점체제다 보니 각종 수수료에 대한 결정도 은행권 마음대로다.

두 번째는 레버리지다. 우리말로 차입을 통한 투자금 배가효과다. 증권사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로 자본대비 위험자산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게 규제되고 있는데, 은행은 가장 ‘느슨한(?)’ 자기자본비율 8% 룰을 적용받는다. 총자산 가운데 자기자본이 8%는 되야한다는 뜻인데, 뒤짚으면 자기자본의 12배까지 차입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차입은 은행채나 CD, 예수금을 통해 이뤄지는 데 모두 조달원가가 낮다. 은행의 저원가성 차입을 가능케하는 원천 중에는 정부지원이 크다. 여차하면 정부가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만들어 은행에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높은 신용도를 떠받치는 기둥 가운데 하나다.


세 번째는 성과보수다. 은행이 무위험 예대마진을 레버리지로 극대화하다보니 수익성지표는 단연 독보적이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업종별 평균자기자본수익률(ROE)은 은행이 11.1%로 코스피와 다른 금융업종을 모두 앞선다. 은행 예금이자의 배가 훨씬 넘는 수준이다.

특히 이 기간 은행은 코스피와 다른 금융업종을 모두 따돌리고 ROE 1위에 세 차례나 올랐지만, 최하위를 기록한 적은 없다. 은행 다음으로 ROE가 높은 보험은 미리 이익을 떼 놓는 ‘예정사업비’를 바탕으로 1위를 6번이나 했지만, 운용위험을 극복하지 못해 최하위도 세 차례나 기록했다. 훌륭한 헤지펀드의 조건인 낮은 변동성에서 은행이 보험을 누른 셈이다.

높은 ROE는 자연스레 성과보상으로 이어졌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간 KRX은행의 평균배당수익률은 2.16%로 시장평균(KRX100)의 1.64%보다 0.52%포인트나 높다. 은행권 급여와 각종 복리후생제도가 상위 재벌회사 몇 곳을 제외하면 제조업보다 높은 점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아직도 스톡옵션 제도가 활발한 곳도 은행이다.

그럼 은행이 헤지펀드를 닮는 게 어떤 의미일까? 서근우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은행의 ROE 지향 경영에 일침을 가했다.

“오늘날 은행부실을 예금보험제도 등을 통해 해소하는 대마불사(大馬不死)가 제도화됐다. 이는 차입경영을 부추겼고 ROE를 높이기 위한 경영진의 노력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시켰다. 2008년 금융위기는 이렇게 잉태됐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자산의 유동화 매출 등을 통한 수익추구가 극단화되면서 생겨난 경영상의 위험이 현실화 된 것이 세계적 경제위기를 가져왔다”

국내 은행이 미국처럼 자산유동화를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가계대출이 너무 많다는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은행이 헤지펀드를 닮을수록 경제는 더 불안해질 수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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