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류정일 기자]고유가의 원인으로 석유 공급의 과점 형태가 지적된 가운데 올 1분기 ‘실적 잔치’를 앞둔 정유사들이 가시방석이다.
기름값은 올들어 100일 넘게 매일 치솟고 있는데 정부는 유류세에 손 댈 생각이 없고 결국 지난 분기에 비해 2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정유사의 영업이익에 곱지 않은 시선이 꽂히고 있다.
18일 정유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정유산업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보다 각각 6%와 65% 증가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의 예상 영업이익은 7800억~8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4분기 3400억여원의 2배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6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에쓰오일도 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실적 전망의 근거는 고유가로 인한 정제마진 상승과 재고평가 이익 증가 그리고 석유화학 제품 가격 오름세 등이다. 특히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05달러 수준에서 115.4달러로 9% 이상 오르면서 이미 확보해둔 원유의 재고평가 이익 상승을 견인했다.
정유업계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이란산 대체인 사우디 아라비아 원유에 대한 추가 비용이 배럴당 2달러 정도 더 발생했고 윤활기유 시장도 공급이 늘면서 판매 둔화세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특히 올 2분기부터 아시아 지역에 정제설비가 늘면서 정제마진 하락이 불가피한 위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기름값이 묘하다” 발언 이후 15개월만에 다시 나온 대통령의 ‘과점 형태 석유 유통 시장 검토’ 지시도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석유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석유제품 시장은 20% 가량이 공급과잉이고 정유 4사간 점유율 유지와 확대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1~3개사가 대부분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자동차와 철강, 통신업계를 두고 과점시장에서 폭리를 취한다고 지적하지 않는 점에서 형평성의 문제점도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지난 2009년 -0.3%까지 추락한 뒤 겨우 3% 선을 유지하고 있는 정유업계 영업이익률이 8~15% 수준인 자동차, 철강 등의 업종과 비교해 미미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내수시장은 외견상 과점 형태로 보이지만 4사간 경쟁과 정부가 추진하는 알뜰주유소까지 합세한 과당경쟁 체제”라며 “현수준의 이익으로는 고도화 시설 투자, 미래 에너지 개발, 해외자원확보 등 투자재원 확보가 힘든 상황”이라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과점에 대한 정부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경질유의 경우, 시장집중도를 나타내는 HHI(허핀달-허쉬만 지수)가 2700 이상으로 4대 정유사의 ‘고집중시장’, 즉 과점체제로 분류했다. 상표사용을 이유로 주유소에 특정 제품만 공급하며 경쟁도 미약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는 정부의 향후 추가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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