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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컬럼>안타치는 중소기업, 홈런 치는 삼성

여대야소(與大野小)를 이룬 19대 국회지만 기업들의 시선은 의외로 불안하다. 노회찬, 심상정, 박영선 의원 등 이른바 ‘재벌 저격수’들이 모두 입성에 성공한 탓일까? 여당인 새누리당까지 12월 대선을 의식해 서민과 중소기업 최우선의 ‘한 뼘 좌로’ 경향을 보여주는 게 못내 걱정되는 모양이다.

대기업 순환출자 규제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출자총액제한 부활 요구도 힘을 얻을 모양새다. 처음에는 순자산의 40%로 하자더니 이제는 25%, 아니 15%까지 확 낮춰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까지 서슴없이 나온다.

우리 상법에는 차등의결권 주식이라는 게 없다. 주식 1주당 10표, 100표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 발행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다 탐욕적인 외국자본들이 호시탐탐 경영권을 노리니, 재벌들은 자연스럽게 돌려막기 식으로 계열사 간 지분 고리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재벌 반대론자들이 집요하게 공격하는, 대기업의 순환출자다.

그들에게 재벌은 해체 대상이다. 순환출자 속에 안주하며 중기와 서민을 못살게 구는 괴수다. 그렇지만 만일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오래전부터 이런 방어적 지배구조를 구축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칼 아이칸의 공격에 곤욕을 치렀던 KT&G나 소버린의 공세를 버텨낸 SK그룹처럼 수천억, 수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비생산적인 경영권 방어에 쏟아부어야 했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금 분기 4조~5조원, 연간 15조~20조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경영권 방어가 불가능한 상태라면 이런 실적이 가능했을까? 게다가 삼성이 만들어내는 20조원은 투자든 직원복지든 대한민국을 위해 재투자된다. 세금으로 국가에 귀속돼 국민 복지에 널리 쓰인다.

그러나 론스타나 소버린, 칼 아이칸을 보자. 공격을 받은 우리 기업들의 그 막대한 배당과 매각이익, 엄청난 가치의 부동산과 자산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혹자는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졌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이 한국 대기업의 경영 투명성 제고는 아니었음을 이제 누구나 다 안다.

재벌에 대한 편향된 인식은 재벌 스스로 자초한 부분이 크다. 각종 이권, 정책사업으로 배를 불렸고 제대로 세금도 안 내면서 재산을 2세, 3세에게 물려준 것은 분명 잘못됐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이런 원죄에 대기업을 가두고 손발을 묶으려 할 것인가. 기업은 일류로 뛰려는데 이류, 삼류 규제를 들이대며 족쇄를 채워서야 되겠는가.

다음달 말이면 19대 국회가 사실상 시작된다. 초선의원만 절반에 이르는 젊은 국회다. 젊다는 것은 조금은 더 진보적이고 낭만적이라는 얘기다. 자칫 총선 때 보여줬던 여야의 낭만좌파적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요즘 잘나가는 한 서민경제 전문가는 “홈런 치는 삼성이 있다면 안타 치는 중소기업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중기 사업영역 침범 같은 대기업의 무차별 공격에서 약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뜻일 게다.

그렇다면 반대로, 삼성도 홈런을 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악의적인 데드볼을 던져 부상을 입히거나, 아예 출장 기회를 안 줘 손발을 묶는 일도 없어야 한다. 그래야 삼성이든 다른 대기업이든 한 방 날릴 수 있고, 그 과실을 중소기업이든 서민이든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부장 조진래/ jj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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