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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굴욕? 시청률 2%? 즐거우면 그만이죠”
MBC‘남심여심’ MC로…연기파 배우 오만석 첫 예능도전기
하이힐 신고 동대문상가 누비고
외계어 읊어가며 검무도 추고…
아낌없이 망가져 웃음폭탄 선사

“벌칙조차 다큐 찍듯 진지하게
매운짬뽕 들이키다 탈나기도
재밋거리 찾는데 아직 서툴러
짧은 인생 행복한것만 하고파”


연극과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을 오가는 전천후 배우 오만석(37)이 카메라 앞에서 아낌없이 망가지고 있다. 스타는 이미지를 먹고 사는 직업인데, ‘굴욕’도 마다하지 않는다. 첫 예능 도전작 MBC ‘우리들의 일밤’의 두 번째 코너 ‘남심여심’에서 그는 하이힐을 신고 동대문 상가를 누비는 벌칙을 달게 받았다. 

검을 쥔 채 매트리스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두 다리가 180도로 쫙 벌어지는 민망한 상황에 처했는가 하면, 알아듣기 힘든 ‘외계어’를 읊으며 검무(劍舞)도 췄다. ‘신돈’(2005년) ‘왕과 나’(2007년) ‘무사 백동수’(2011년), 지난 15일 끝난 KBS 드라마스페셜 4부작 ‘강철본색’까지 여러 사극에 출연하며 화려한 활극도 선보였던 연기파 배우의 이름 앞에 ‘대굴욕’이란 자막이 달렸다.

“즐겁고,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시청률이 많이 나오는 편은 아니지만 애초부터 시청률 생각하지 않았어요. 길지 않은 인생인데 즐겁고 행복한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중구 정동 헤럴드경제 본사에서 만난 오만석은 전국 시청률 2%대의 ‘남심여심’에 출연한 이유를 이렇게 ‘쿨하게’ 정리했다.

오만석은 공연계에선 이미 재치있는 진행 솜씨로 정평이 나 있었다. ‘더뮤지컬어워즈’에서 3년 연속 사회를 맡았으며, 2009년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MC석에 섰다.

“안 그래도 정준하 형이 절 보고 ‘진행병’이 있다고 해요. ‘왜 그렇게 진행을 하냐’고….”


노조 파업 여파로 ‘일밤’ 대신 투입된 ‘남심여심’은 정준하 브라이언 강동호 등 남자 MC와 신봉선 정선희 윤정희 최송현 등 여자 MC가 요리와 축구 등 남녀의 서로 다른 취미를 바꿔서 체험하며 차이를 이해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존속이 아슬아슬한 가운데서도 오만석은 예능 적응에 한창이다.

“감독님 한 분이 그러시더군요. ‘만석 씨, 너무 요리에만 집중하지 말고, 장난도 치고 해’라고요. 정말 열심히 했는데,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었던 거죠. 재미꺼리를 찾아야 하는데 그런 면에선 아직 많이 부족하죠.”

지난 15일 방송분량 녹화 때는 벌칙을 받던 중 촬영이 중단되는 일도 벌어졌다. 편집돼 방송에 나오진 않았지만, 매운 짬뽕을 한꺼번에 들이키는 바람에 오만석은 우유 1ℓ와 제산제까지 먹고 바닥에 누워 있어야 했다.

“국물 대충 떠먹으면 될 일을 벌칙조차 다큐멘터리로 찍은 거죠. 가슴이 멎는 듯 고통스러웠어요. 가학적이라고 방송도 못나가고….”

카메라 앞에서 대중을 향한 호감도나 이미지를 먼저 생각했다면 애초 출연조차 꺼렸을 일이다.

전국 시청률 4%대에서 끝난 ‘강철본색’ 출연 동기도 마찬가지. ‘즐거움 추구’다. 한준서 감독과 박지숙 작가, 배우 손현주 고명환과는 지난해 드라마스페셜 ‘특별수사대 MSS’에 이은 두 번째 만남으로, 팀워크가 좋다. 평소 수사물을 좋아하는데다 최근작 ‘난폭한 로맨스’에서 진중한 ‘진동수’ 역보다는 밝고 장난끼 있는 ‘철기’가 제 성격에 가까워 편했다.

“밖에서 보면 ‘미니시리즈 주인공 못하니까 단막극 주연하는구나’ 할 수도 있는데 드라마가 너무 재미있고 무엇보다 현장이 무척 즐거워요. 개런티를 훨씬 적게 받는 데도 손현주 형님은 먼저 전화해서 출연을 자청하고, 다들 행복해해요. 우리끼리는 후속작에서도 뭉치길 바라고 있어요.”

오만석은 1999년 연극 ‘파우스트’로 데뷔해 2000년 첫 주연작인 연극 ‘이(爾)’에서 ‘공길’역으로 그 해 연극협회 신인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2001년 뮤지컬 ‘록키호러쇼’, 2004년 영화 ‘라이어’ 등 뮤지컬과 영화로도 보폭을 넓힌 그는 2006년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본 KBS 박만영 PD의 눈에 들어 그 해 드라마 ‘포도밭 그사나이’에서 일약 주연을 따내며 큰 인기를 누렸다.

한국예술종합대학교 1기 출신.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교과서에 실린 희곡 ‘토끼의 재판’에서 ‘나그네’ 역을 맡아 읽었는데, 교사와 녹음실 기사로부터 칭찬을 받은 게 밀알이 돼 중학교 시절 교회 성극 활동과 고등학교 때 연극반 활동을 하며 줄곧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

“이전엔 ‘도전하는 거에 인색하지 말자. 그리고 내려다보지 말자. 올려다보는 사람이 되자’는 연기관이 있었는데 이젠 좀 오그라들더라고요. 그래도 변하지 않은 건 있지요. 스스로 즐겁게 하자는 거죠.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행복한 사람이란 걸 늘 떠올리지요.”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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