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발언 주목
이건희<사진>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체질의 근본적 변화를 다시 강하게 주문했다. 이 회장은 17일 서울 서초삼성본사 사옥으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삼성의 기강 해이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는데, 삼성이 고쳐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삼성이) 고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항상 새롭게 보고 크게 보고 앞을 보고 깊이 보고 이것을 중심으로 해서 모든 사물을 분석하는 버릇이 들어야 한다고 매일 회의 때마다 똑같은 소리를 떠든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13면
이 회장의 이날 발언은 최근 불거진 삼성전자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방해와 삼성카드의 표절 시비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관행의 근절과 근본적 쇄신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의 변화를 이끌어온 이 회장이 삼성 내부 혁신과 관행 근절에 본격적인 경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이 회장은 형제들과 불거진 유산 분쟁ㆍ소송과 관련해 끝까지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재산 소송과 관련해 “(일부 형제들이) 소송을 하면 끝까지 (맞)고소해서 대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라도 갈 것”이라며 “내 생각 같아서는 한푼도 내줄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소송을 건 형제인 이맹희 씨나 이숙희 씨와 관련한 대응발언을 한 것은 처음으로, 중간에 타협 없이 원칙적으로 소송을 끝까지 가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주목된다. 그동안 소송과 관련해 침묵했던 이 회장이 메가톤급 발언을 함으로써 향후 본격적인 소송전과 함께 새 국면이 예상된다.
이 회장은 ‘일부 형제들이 소송을 제기했는데 서운한 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섭섭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상대가 안 된다”며 “다만 (유산은) 선대 회장 때 다 분재(分財)가 된 것인데, 그래서 각자 다 돈들을 갖고 있고 CJ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 회장은 “그런데 삼성이 너무 크다 보니 욕심이 나는 것”이라고 했다. 김영상 기자/y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