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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 잃을라”…외국 노동자들이 떨고 있다
수원 토막살인사건등 영향
“게으른 범죄자”편견 심해

“대부분은 선량한 사람들”
범죄자와 분리 인식 필요

“ ‘수원 토막 살인사건’ 범인이 중국 동포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했어요. 자꾸 주변에서 나를 째려보는 것 같고, 일터에서도 주인 눈치를 보게 되고요.”

황모(50ㆍ여) 씨는 2010년 한국에 왔다. 돈을 벌기 위해 ‘코리안드림’을 품었다. 한국에 와 서울 모 식당 주방에서 일한 지 벌써 3년이 흘렀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고된 주방 일에 한국 사회에 적응까지 하느라 지난 3년은 녹록지 않았다. 사실 가장 힘든 것은 중국 동포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황 씨는 “아직도 중국 동포를 처음부터 무시하고 아래로 보는 사람들이 있죠. 중국 동포가 돈을 훔친다거나 게으르다는 편견 등이 더욱 강해질까 봐 두려워요”라고 말했다.

지난 1일 발생한 경기도 수원 20대 여성 납치ㆍ살해사건과 필리핀 이주민 출신인 이자스민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 이후 한국 사회에 퍼져가고 있는 ‘제노포비아(Xeno phobiaㆍ외국인 혐오증)’ 현상으로 중국 동포 등 국내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이런 시선 탓에 아무 잘못도 없는 이주노동자들은 괜한 오해나 불이익을 받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내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더욱 극심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들은 그들일까, 우리들일까?’ 그들, 외국인 노동자들. 대단한(?) 한국인들은 그들을 깔본다. 같은 땅에 살고 있지만 마치 계급제도가 있는 것처럼 그들을 대한민국인보다 낮은 계급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최근 대한민국에, 소위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수십년 전 우리도 미국에서, 일본에서 제3국 외국인 노동자였다는 사실은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이다. 17일 오전 서울 가리봉동 이주민의료센터로 향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어깨가 축 처져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한국 생활 10년차인 중국 동포 김모(52) 씨는 최근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용직 노동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그는 “사실 지금도 한국인 노동자보다 일당을 2만~3만원 정도 덜 받고 일한다. 앞으로 더 힘들어질까 봐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금뿐만 아니다.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근로계약서 없이 일하다 보니 사장 마음대로 언제든 해고할 수 있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동포 대부분이 언제 직장을 잃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결혼 이주여성의 인권 침해 실태조사’ 결과에도 이주노동자들이 사회 및 직장에서 겪는 차별이 심각한 수준임이 잘 드러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 후 한국 국적을 취득해 합법적으로 취업을 한 이주여성 10명 중 7명이 취업 시 근로계약서를 써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체불이나 무단 해고 등 고용주가 부당한 행위를 해도 적절한 대응이 어려운 현실이다. 또 이주여성 10명 중 3명은 직장 내에서 도난사건 등이 일어났을 경우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인들로부터 의심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편견의 벽이 아직도 높다는 의미다.

이호형 서울 조선족교회 목사도 “수원 사건 이후 중국 동포사회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거세질까 다들 우려하는 분위기”라며 “한국에서 열악한 근로환경에 처한 동포가 악화된 여론에 의해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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