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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유럽 명품공정(名品工程) 나선다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 호텔에선 세계 명품ㆍ패션업계를 긴장시킨‘이벤트’가 펼쳐졌다. 

남성 명품 브랜드를 표방한 ‘서지(社稷)-솔제리(Sorgere)’가 처음으로 패션쇼를 연 것. 이 브랜드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유니폼과 군복을 만들던 국영기업 차이나가멘츠(China Garments)가 내놓은 것이다.

군복 제조업체가 무슨 명품을 만드냐는 고정된 인식을 완전히 뒤집었다는 평가다. 목표는 급성장하는 중국 명품 시장을 잡기 위해서다.
이 옷의 디자인은 중국에서 하되 생산은 명품의 ‘본산’격인 이탈리아에서 해 ‘메이드 인 이탈리아’ 딱지를 붙였다. 명품이란 이미지를 대내외에 알려 소비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동양에서 스타일이 발원하다(Style rises in the east)’라는 분석 기사에서 명품 소비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중국이 세계 명품시장에서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자체적으로 명품이라고 주장하는 브랜드를 내놓는가 하면, 재정위기로 휘청대는 유럽명품 업체를 인수하는 등 ‘명품 공정(工程)’이라 부를 만큼 공격적인 움직임이 감지된다.

우선 ‘솔제리’의 등장이 던지는 시사점을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프라다와 같은 명품과 경쟁하기엔 아직 버겁지만,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는다면 판세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은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인들의 두툼한 지갑이 이런 예상의 근거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중국 본토의 지난해 명품 소비규모는 129억유로(한화 약 19조1600억원)였다. 불과 2년 전인 2009년의 71억유로보다 무려 81%나 증가했다. 물론 이는 미국의 480억유로엔 크게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홍콩 마카오 대만 등 본토보다 관세가 크게 낮은 국가에서 명품 소비를 한 액수를 따지면 400억 유로에 달한다. 미국에 견줄 수 있는 규모인 셈이다.

물론 ‘솔제리’의 성공 여부를 놓고 중국과 내로라하는 명품 업체의 ‘기싸움’은 존재한다. 관건은 이탈리아 명품의 아성을 깰 수 있느냐는 점인데, 이 대목에서 중국은 콧대 높은 자존심을 부리고 있다.
잔인제 차이나가멘츠 최고경영자(CEO)는 “진정한 중국 브랜드를 만들길 원하고 우리 옷들은 ‘메이드 인 이탈리아’”라며 “중국인들은 과거엔 가장 비싼 게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합리적이 됐기 때문에 ‘솔제리’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명품 업체들은 중국이 명품을 다룰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마뜩찮아 한다. 30년 전, 일본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지만 창의성이 결여된 탓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브랜드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럽인들은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풀 수 없다. 이탈리아 명품협회인 알타감마의 아르만도 브랜치니 회장은 “올해는 두 가지 트렌드가 나타난다고 본다”며 “중국은 자체 명품 브랜드를 내놓을 뿐 아니라 해외 브랜드도 사들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 중국 기업의 명품ㆍ준(準) 명품 업체 인수가 활발하다. 홍콩 투자그룹인 펑브랜드는 최근 프랑스 준 명품업체 소니아 리키엘 지분 80%를 인수했다. 아울러 대주주 위치에 오르는 데엔 실패했지만, 푸싱그룹은 이탈리아의 프라다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중국 최대 불도저 생산 기업인 산둥중공업은 지난 1월 1억7800만유로에 이탈리아 명품 요트 생산업체 페레티를 인수했다.

이 인수전에 참여한 산동중공업 측 움베르토 니코다노 변호사는 “중국 기업들은 브랜드와 노하우 인수를 노리고 있다”며 “향후 인수는 중국에 유럽 명품 브랜드를 세우길 희망하는 기업이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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