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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표독려 콘서트? 집만 빼고 다 털어넣은 인생 정리 한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인생을 걸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정리하는 ‘한 판’이란다. 연예기획사 대표가 왜 총선과 대선을 앞둔 현재 투표독려에 두 팔을 걷어부쳤을까. 현정부 들어 특정연예인 사찰로 골머리를 앓고 소속 연예인들은 진행중이던 프로그램에서 줄하차를 했다. “돈 벌어먹기 힘들다”는 말, 굳이 안해도 빤하다. 그런데도 ‘집’만 빼고 다 털어 투표독려 콘서트를 기획했다. 물론 ‘콘서트’라는 분명한 목적이 따라오지만 그 앞뒤로 붙는 ‘개념찬’ 콘서트 ‘바람’이라는 단어가 더 흥미롭다.

YB 김제동 김C 장태춘 박은옥이 소속된 다음기획의 김영준 대표(50)가 그 주인공이다.

가수 장태춘의 매니저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이후 연예기획사 대표로 보낸 시간만 벌써 17년이다. 소속 연예인의 면면을 보니 소위 “정부 비판 발언을 서슴치 않아 정치적 논란의 주인공이 되곤 한다”는 그들이다. 심지어 ‘특정연예인 사찰’의 주인공으로 거론된 데다 국정원 직원까지 만났다는 김제동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바로 김 대표다. 김C 말마따나 ‘누구 새끼들인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은 김 대표야말로 가장 치열한 1980년대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들과 함께 김 대표는 지난달 23일부터 대선을 앞둔 12월까지 전국 30여개 도시를 순회하며 ‘바람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콘서트가 지향하는 바도 분명하다. 2, 30대들의 투표참여다. ‘이땅의 주인은 나’라는 생각을 갖고 ‘혁신적인 정치판’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가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10년째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어요. 2, 30대 세대들을 많이 만나는데 미래의 삶에 대한 불안에서 오는 현실적 고통이 큽니다. 당장 다음 학기 등록금을 걱정해야 하고, 취업을 고민합니다. 취업을 한다고 마음을 놓을 수도 없어요. 결국 정책적 문제 해결이 필요한데, 청년들이 요구를 하려면 선거를 해야합니다. 결국 정치권은 70%가 투표하면 70%의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어요. 어떤 당을 지지하든 간에 투표를 한다면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겁니다.”

확고한 생각이었다. ‘투표 독려’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된 기획이라는 것이다.

1980년대 학생운동의 선봉에 섰던 김 대표다. 이제와 돌아보면 “치열했지만 잘못 살았다”는 체념이 들만큼 지난한 세월이었다. 사찰 논란의 주인공이 된 김제동이 국정원 직원을 만난 사실이 알려지자 김 대표에겐 늘 같은 질문이 쏟아진다. “혹시 김 대표님에겐 안 찾아왔나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는 우스갯소리로 “나도 좀 만났으면 좋겠다”고 한다. 학생운동에 한창이던 시절엔 그 곳으로부터 개인관리까지 받던 양반이다. 그리고 돌아보니 아직도 한국의 정치는 너무도 후진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콘서트가 계기가 돼 ‘어느 정당, 어떤 후보’를 지지하든 적극적으로 청년들의 권리를 행사한다면 정치문화에도 바람과 혁신을 몰고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김 대표에겐 컸다. “그런 희망을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지 않았냐”면서 전한 말이다.

그러나 기획은 좋아도 곧잘 시도할 사람은 없었다. 그건 공연계가 지닌 한계이기도 했다.

“왜 나였을까. 딱히 할 사람이 없었어요. 양자가 맞아야합니다. 기획력과 네트워크, 콘텐츠 구성능력을 두로 도모할 사람, 결국 정치콘서트라는 엄청난 결단을 내릴 사람이 없었어요. 누군가 그 역할을 해준다면 좋겠지만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다 보니 누가 대신 할 수 없었죠. 그래서 불행하게도 내가 하게 된겁니다.”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2년 ‘바람이 분다’라는 비슷한 취지의 전국투어공연을 계획했으나 서울과 부산 공연으로 끝이 났다. 공연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취지를 놓고 기획단과 출연진 등은 의견 합일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한 번의 실패를 겪으니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에는 시민들의 정치 참여와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쪽으로 제안했지만 이번에는 ‘누구를, 어디를 지지하든’ 간에 투표를 독려하자는 기획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2030의 표심이 집결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지 않다. 사찰파문으로 불거진 이른바 정권심판론, 당연히 김제동을 비롯한 연예인 사찰을 빼놓을 수 없다. 거기에 맞물린 2, 30대 세대들을 향한 투표 독려이다 보니 특정정파에 이익이 될 거란 시선도 적지 않다.

김 대표는 단호하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참 고맙다. 만약 이 콘서트가 특정장당에 이익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측, 그래서 이 공연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측이 있다면 반성해야할 부분”이라고 분명히 말한 김 대표는 “반성을 하고 2030 세대에게 다가서면 될 일”이라고 정리한다.

김 대표가 중심이 돼 소설가 이외수, 음악평론가 강헌, 성공회대 김창남 교수, 영화제작자협회장 차승재, 작곡가 김형석씨 등이 기획단에 참여한 이번 공연은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공연장의 여건도 그러하거니와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이번 서울공연은 때문에 후불제로 진행된다. 그간 3만3000원의 ‘착한 가격’이라고 불려오던 티켓값조차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공연을 보고 감동의 깊이만큼 차비까지 다 털어내고 가면 된다”는 것이다. ‘차비만’ 빼고가 아닌 ‘차비까지’ 전부다. 당연히 우스갯소리다.

사실 이렇게까지 하기엔 김 대표의 결단이 컸다. 시스템비는 너무 막대하다. 중계차에 카메라, 지미집, 전면 영상, 안전대비책까지 세우다 보니 벌써 억대가 넘어갔다. 사재를 털어 기획한 콘서트다 보니 김 대표는 농담처럼 “앞으로 2년간 노예처럼 묶여있는 몸”이라고 전한다. 심지어 지방공연은 2000만원 가량의 적자를 보고 있다. 돈벌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는 것의 반증이다. 그렇다고 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참여하는 ‘소셜펀딩’을 기획하고, 후불제 공연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가 이렇게까지 이번 콘서트에 열의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스스르 ‘인생을 정리하는 판’이라고 말한다. 치열하게 달려왔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분투했던 김 대표는 연말까지 이어질 공연을 마지막으로 이 곳 연예계에서의 생활을 정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빠르면 내년까지 자신의 열정을 쏟아붓고, 말 그대로 ‘박수칠 때 떠나겠다’는 생각이다. 은퇴 후 인생 3막을 위해서다.

마지막 한 판은 때문에 김 대표의 인생을 정리해나가는 ‘유쾌한 승부’다. 그리고 김 대표가 2030 투표독려 콘서트를 진행하며 청년들에게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다. “이 땅의 주인은 나라는 생각을 가져라. 정치권이 여야를 가리지 말고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사찰이 아닌 끊임없는 비판과 감시를 통해 정치권을 향해 말해라. 너희들,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한편, 7일 진행될 ‘개념찬 콘서트 바람’ 서울공연은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진행, 민주통합당 김용민(서울 노원갑) 후보의 막말 파문 이후 처음으로 ‘나꼼수 ’멤버들이 공개석상에 나서며 사찰 파문 이후 김제동의 첫 심경이 공개된다. YB, 뜨거운 감자, 안녕 바다, 카피머신, 루싸이트 토끼, 엑시즈 등이 무대위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도 이날 공연에 자리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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