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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룰스 오브 오리진’ 의 함정?
세계 각국과 FTA 체결이후…복잡해진 관세 셈법
유럽산 실 쓴 미국산 의류
관세혜택 못 받지만
중국산 실 쓴 유럽의류 제품
유럽산 인정 관세혜택

역외생산 원산지규정 복잡
정부 간편판정서비스 개발


‘룰즈 오브 오리진’(Rules of Origin). 한국이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공산품의 원산지결정 기준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기업들은 인건비 물류비 등을 감안해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기본 2~3개 국가 이상에서 수입된 원자재를 가공하는 역외생산을 보편화하고 있다. 무역 대상 물품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판단하기 애매한 것들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FTA는 체약국 내에서 생산된 물품을 상대 국가로 직접 운송할 때 적용되는 관세 특혜를 제공하는 협정인 만큼, 협정 당시 맺은 원산지 규정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같은 FTA라도 세부조항에 따라 국가별로 관세 적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옷이나 침구류 같은 섬유 제품은 아무리 미국에서 수입된 제품이라도 유럽산 실을 수입해 만들었다면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공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 내에서 만들어져야 진정한 ‘미국산’이라고 하도록 한ㆍ미 FTA 조항에 명시했기 때문. 하지만 한ㆍ유럽연합(EU) FTA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산 실을 사용했어도 직물을 유럽 내에서 제조했다면 ‘유럽산’으로 인정되고 관세 혜택도 받는다. 한ㆍ인도 CEPA의 경우는 아프리카나 남미국가 어디에서 전 과정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최종 봉제 생산을 인도에서 했다면 한국으로 수입될 때 관세 혜택을 적용받는다.

실제로 올해 초 수입된 미국 크라이슬러 사의 7인승 미니밴 자동차의 경우 한ㆍ미 양국 정부가 모두 원산지에 혼란을 겪은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초 해당 차량은 신형 모델로 교체되면서 한국의 도로교통안정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수입이 일시중단됐던 터였다. 하지만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지난달 15일 한ㆍ미 FTA가 발효되자마자 협정상 미국 안전규정만 충족하면 한국에 수입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 정부 역시 기존의 입장을 바꿔 미국 안전규정을 적용해 해당 차량을 수입하고 관세 역시 혜택을 주기 위해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검토 과정에서 해당 차량은 크라이슬러의 캐나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차량임이 확인되면서 한ㆍ미 FTA와는 무관한 차량으로 판명됐다.

한ㆍ미 FTA는 미국산 자동차라고 하더라도 미국 내에서 만들어진 부품이 55%(공장도가격 기준) 이상이어야 미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따라붙는 기본 전제조건은 최종 조립을 미국 내에서 한 제품이어야 한다는 점. 아무리 미국산 부품이 90%를 차지한다고 해도 캐나다에서 최종 조립된 차량은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이렇듯 정부는 활발한 FTA 체결만큼이나 까다로운 원산지 증명 작업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됐다. 우리가 수출하는 품목 역시 해당국의 사후 원산지 검증을 무사히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관세청에서 제공하는 원산지결정 기준인 FTA-PASS를 다운로드해간 기업만도 현재까지 5662개나 된다. 세관도 기업들에 ‘원산지 사전 진단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아직 FTA를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들에도 원산지를 쉽게 판정할 수 있도록 ‘간편판정서비스’를 추가 개발 중에 있다.


<윤정식 기자>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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