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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품세 · 햄버거세…지구촌 예산확보 전쟁
탄산음료세·월병세까지
서민·소외계층 한숨만

공무원 퇴직금도 줄이고
국방비·교육비 삭감도
세계 각국 이색 묘안 속출



계속되는 유럽발 재정위기와 고유가, 이란 핵문제 등의 잇단 악재로 세계 경제가 신음하고 있다.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세계 경제위기의 긴 터널 속에서 각 나라는 세금을 더 걷고 예산은 줄이기 위해 기발한 방법까지 동원한다.

이러다 18세기 영국의 ‘모자세’나 제정 러시아 당시 ‘수염세’처럼 모자와 수염에도 세금을 매기지 않을까 하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이런 정부의 대책이 결국 서민과 소외계층의 부담으로 이어져 이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세금 늘리는 데엔 자비심이 없다=예산을 확보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세금을 늘리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최근 핫도그ㆍ파이 등과 같은 테이크아웃용 먹을거리에 20%의 부가세 적용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가 부자들의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한 ‘부자세(tycoon tax)’ 도입을 전격 제안했다. 지난달에는 ‘술 최저가격제’를 도입해 연간 7억파운드(약 1조2500억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 대선 주자들은 모두 ‘명품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놔 명품업체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 특히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증세가 핵심 공약인 사회당이 집권할 경우 증세 바람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인스턴트식품 등에 특별소비세를 부과하는 나라도 늘었다. 덴마크가 지난해 10월 1일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식품에 ‘비만세’를 부과했다. 헝가리가 ‘햄버거세’를, 지난해 12월에는 프랑스가 청량음료 캔당 1유로센트의 세금을 부과하는 ‘소다세’를 도입했다.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 국가인 미국까지도 소다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소비세 인상 추진으로 홍역을 앓고있는 일본은 오는 10월부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유 등 화석 연료에 세금을 매기는 ‘환경세’를 도입한다. 중국에선 지난해 8월 전통 명절인 중추절에 먹는 월병(月餠)에 세금을 부과키로 해 논란이 됐다.

러시아가 내년부터 호화주택과 같은 부동산과 고급 자동차 등에 ‘사치세’를 부과할 방침을 세웠고, 이탈리아 정부는 그간 과세하지 않던 교황청의 부동산 및 교회에도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예산 삭감엔 애국심도 없다=허리띠 졸라매기는 기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잇단 교육 강조 발언에도 미국의 교육예산은 급감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최근 공립학교 교사 2만여명을 해고했다. 교육예산 삭감으로 노트와 연필 등 학용품 지급이 어려워졌고 수업에도 차질이 생겼다.

미국 공립대학의 필수직종 교육예산도 줄었다. 네브래스카, 네바다 등 공립대학은 엔지니어링 및 컴퓨터공학부를 전면 폐지했고,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극심한 간호사 부족에도 간호사 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했다. 우주 탐사 관련 예산 감축에 따라 화성 탐사계획도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우주 패권다툼에서 중국에 밀릴 처지다.

일본은 고령층에 대한 복지 혜택 감축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최근 노인들에 대한 추가 복지 혜택을 중단키로 했다. 오사카 시는 지하철 및 버스의 노인 무료승차제도를 없애겠다고 나섰다. 공무원의 퇴직금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재정위기의 진앙지인 유럽은 더 심각하다. 영국은 국방예산까지 감축하는 방안을 내놨다. 올해 안에 육군 2900명, 공군 1000명, 해군 300명을 줄인다. 기존 항공모함을 조기 퇴역시키고 신규 건조를 늦출 예정이다. 프랑스는 에너지 절감 정책으로 새벽 1시부터 아침 6시까지 명품숍 등 상점과 사무실의 조명을 모두 끄는 정책을 최근 발표했다.

유럽 각국은 자신들이 최고라 여기던 문화예술 분야까지 정부 지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먹고살기 빠듯하니 문화예술 쪽을 쳐다볼 겨를이 없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오페라하우스 ‘라스칼라좌’는 정부 보조금 삭감으로 올 들어 900만달러(약 10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예술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 지원을 25% 축소했다. 포르투갈은 아예 예술담당 정부부처를 폐지했다.

전 세계적인 예산 삭감 바람은 국제기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유엔은 50년 만에 두 번째로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적게 책정했다.

<민상식 기자>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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