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8일 검정색 비닐봉지에 쌓인 채 대형마트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영아(嬰兒) 사체가 발견됐다.
피의자는 5일 경찰에 검거됐다. 범인은 영아의 친모(親母)였다. 그런데 영아를 질식사 시키고 사체를 유기한 엄마는 게임에 중독돼 임신사실과 출산일을 까먹을 정도였던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송파경찰서는 PC방 화장실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살아있는 영아를 비닐봉지에 담아 질식사 시키고 사체를 인근 모텔 주차장 화단에 유기한 혐의(영아살해 및 사체유기)로 A(26)씨를 검거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25일 오전 9시 25분께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PC방 화장실에서 출산한 뒤 영아를 검정 비닐 봉지에 담아 질실사 시키고 사체를 모텔 주차장 화단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육할 능력이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는 A씨는 아이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PC방과 찜질방 등에서 떠돌이 생활을 해오던 A씨는 지난해 5월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뒤 임신했지만 그 사실을 깜쪽같이 모르고 있었다.
인터넷 게임에 빠져 살던 A씨는 배가 불러오면서 임신사실을 알게됐지만 중요치 않았다. A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온라인 세상이었다. 출산일조차 까먹을 정도로 A씨는 게임에 빠져 있었다.
하루 10시간 넘게 게임에 집중했고 끼니는 라면으로 떼웠다. 그러다 A씨는 갑자기 통증을 느꼈고 지난달 25일 PC방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았다.
게임에 빠져 현실을 외면하고 살던 A씨도 새 생명의 울음소리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키울 자신이 없었고 키울 만한 돈도 없었다. 그는 검정 비닐 봉지에 영아를 담아 질식사 시켰다. 그리고 사체를 PC방 인근 모텔 주차장 화단에 버렸다. 화단에 버려진 비닐봉지는 청소부에 의해 발견됐고 비닐봉지를 음식쓰레기로 오인한 청소부에 의해 영아 사체는 음식물 분리 수거통에 버려지게 됐다. A씨는 범행 이후 또 다시 게임에 빠져 들었다. 피묻은 바지를 그대로 입고 다녔지만 어느 누구도 A씨를 제지하거나 도와주지 않았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어렸을때부터 떠돌이 생활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간암으로 사망한 뒤 정신병을 앓게된 어머니 밑에서 보호받지 못한 A씨는 이후 가출해 지금까지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해왔다. 인터넷 게임으로 알게 된 지인들에게 3만원, 5만원씩 생활비를 지원받아 PC방과 찜찔방을 전전했다. 경찰은 인근 버스노선과 CCTV 판독 등을 통해 A씨를 특정한 뒤 이틀 간의 잠복수사로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모든 범행 사실을 시인했지만 반성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혐의를 물어보면 순순히 모든 걸 털어놓긴 하지만 눈물을 흘린다던가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은 전혀 없다”면서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듯 무덤덤하게 얘기할 뿐이다. 정신병이 있는 건 아니지만 오랜 떠돌이 생활로 정서적, 심리적으로 많이 지쳐있는 상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